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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EN TRENDS · 2026-W31 · 7월 5주차 · 2026년 7월 27일

업계가 만든 규칙이 정부 문서 안으로 — 그리고 “37%는 우리 몫, 13%는 제도의 몫”이라는 선 긋기

행사 업계가 스스로 만들어 온 친환경 운영 규범이 마침내 정부 문서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영국 문화부가 7월 13일 발표한 새 음악 정책이 야외 공연·축제 업계의 자율 규범을 이 분야의 대표 기준으로 공식 인정했습니다. 같은 정책이 인용한 업계 보고서는 더 흥미로운 숫자를 내놨습니다 — 주최자가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일만으로는 배출을 37%까지 줄일 수 있고, 목표인 절반까지는 13%가 남는데 그 13%는 전력망과 대중교통처럼 주최자 혼자 손댈 수 없는 몫이라는 것입니다. “더 노력하자”가 아니라 “여기까지가 우리 몫”이라고 선을 그은 셈입니다. 여기에 리버풀에서는 시의회·대학·인증기관이 함께 친환경 행사 인력을 길러 내기 시작했고, 프랑스 지역 신문에서는 ‘에코책임 축제’라는 말이 이미 평범한 수식어가 됐습니다. 국내에서도 경기관광공사의 마이스 인재 과정과 잠실 마이스 복합단지 착공이 같은 주에 맞물려, 사람과 시설이 동시에 움직이는 준비의 시점에 와 있습니다.

이번 주 핵심 (THIS WEEK POINT)

이번 호를 관통하는 이야기는 하나입니다. 행사 업계가 스스로 만들어 온 친환경 운영 규칙이 마침내 정부 문서 안으로 들어갔다는 것입니다. 영국 정부가 새 음악 정책을 발표하면서 야외 공연·축제 업계의 자율 규범을 이 분야의 대표 기준으로 공식 인정했습니다. 같은 정책이 인용한 업계 보고서는 더 흥미로운 숫자를 내놨습니다. 주최자가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일만으로는 배출을 37%까지 줄일 수 있고, 목표인 절반까지는 13%가 남는다는 것입니다. 그 13%는 전력망과 대중교통처럼 주최자 혼자 손댈 수 없는 몫입니다. “더 노력하자”가 아니라 “여기까지가 우리 몫”이라고 선을 그은 셈입니다.

  • 자율 규범 → 정책 인정 — 정부는 없는 것을 만들어 주지 않고 이미 있는 것을 인정한다. 국내 축제 협회·공연장 연합이 우리 현장에 맞는 공통 운영 규범을 먼저 정리해 두면, 나중에 정책이 그것을 참조한다.
  • 책임의 분해 — 감축 가능량을 ‘우리가 할 수 있는 몫’과 ‘제도가 있어야 하는 몫’으로 쪼개 공개한 것이 이 보고서의 진짜 성취다. 기록이 있는 행사와 없는 행사는 지자체와 마주 앉았을 때 완전히 다른 대화를 하게 된다.
  • 사람에서 시작하는 답 — 리버풀은 시의회·대학·인증기관이 함께 친환경 행사 교육 과정을 만들었고, 경기관광공사는 마이스 인재 과정을 인턴십까지 이었다. 구조는 닮았는데 커리큘럼의 내용물이 다르다.

01. 이번 호 핵심 신호

업계가 만든 규칙이 정부 문서 안으로 들어갔다

영국 문화부 장관이 7월 13일 발표한 새 음악 정책이, 야외 공연·축제 업계가 자율적으로 만들어 온 친환경 행사 운영 규범을 이 분야를 대표하는 업계 기준으로 공식 인정했습니다. 열 가지 실행 항목으로 짜인 이 정책에는 사회·환경 영향을 다루는 절이 따로 있고, 그 안에 업계의 기후 행동과 새 업계 기준이라는 항목이 들어갔습니다. 정책 문서는 라이브 행사와 축제 주최자들이 탄소를 줄이는 길에서 앞서 나가며 새 기술과 행동 변화의 시험장 역할을 해 왔다고 적었습니다. 그 흐름에 속도를 붙이고 전국적으로 일관된 기준을 만들기 위해 정부가 이 규범을 선도 기준으로 인정한다는 것입니다. 규범을 만든 조직의 의장은 정부와의 협업이 매우 건설적이었고 야외 부문의 기후 리더십이 인정받은 것이 큰 힘이 된다고 밝혔습니다. 같은 문서는 지방정부와 유엔 연계 프로젝트가 함께 19개 대형 축제와 촬영 현장에 재생에너지 이동전원을 공급하는 시범 사업도 언급했습니다. 업계가 알아서 하던 일이 나라의 문서에 이름을 올린 장면입니다.

현장에 주는 함의 — 자율 규범의 약점은 안 지켜도 그만이라는 점입니다. 그런데 정부 문서가 특정 규범을 대표 기준으로 지목하면, 그때부터 그 규범은 보조금 심사와 인허가 협의, 공공 부지 사용 조건 같은 실무 창구에서 참조 기준이 됩니다. 법으로 강제하지 않아도 사실상의 기준선이 서는 것입니다. 여기서 한국이 배울 대목은 순서입니다. 정부는 없는 것을 만들어 주지 않고 이미 있는 것을 인정합니다. 국내 축제 협회나 공연장 연합이 우리 현장에 맞는 공통 운영 규범을 먼저 정리해 두면, 나중에 정책이 그것을 참조할 수 있습니다. 국제 기준을 그대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국내 조건에 맞춘 서른에서 마흔 개쯤의 실행 목록으로 압축하는 것이 요령입니다. 국제 아티스트 투어 계약과 해외 후원사의 요구는 정부 문서보다 훨씬 빨리, 대체로 6~12개월 안에 도착합니다. 실제로 국제 투어를 유치하거나 글로벌 브랜드의 후원을 받는 국내 행사라면, 계약 협의 단계에서 친환경 운영에 관한 질문지를 받아 본 경험이 이미 있을 것입니다. 그때 우리 업계의 공통 문서를 내밀 수 있는지, 아니면 매번 개별 행사가 알아서 답을 만들어야 하는지가 대응 비용을 크게 가릅니다. 한 가지 더 기억할 것은 정부 인정이 곧 재정 지원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번 정책도 규범은 인정했지만 전력망과 교통 문제는 협업이 필요하다는 문장으로 남겼습니다. 규범을 만들 때부터 우리가 할 몫과 제도가 할 몫을 나눠 적어 두어야, 나중에 기준만 높아지고 자원은 없는 상황을 피할 수 있습니다.

출처 · 영국 정부 새 음악 정책(7월 13일 발표) — 야외 공연·축제 업계 자율 규범을 선도 기준으로 인정

37%까지는 우리 손으로, 나머지 13%는 제도가 있어야

영국 야외 라이브 행사 산업의 현황 보고서 겸 기후 전환 계획이 세 번째 판을 내놓았습니다. 하원에서 공개된 이 보고서는 업계 조직과 지속가능성 전문가들이 유례없는 규모로 함께 만든 것으로, 현재 운영 관행과 영향 기준선, 그리고 2030년까지 배출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담은 전환 계획을 함께 제시했습니다.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감축 가능량을 두 덩어리로 쪼갠 부분입니다. 축제가 자기 현장에서 재생에너지 도입과 폐기물 감축 같은 조치를 실행하면 일반적인 배출을 37%까지 줄일 수 있지만, 목표인 절반까지는 13%가 남습니다. 보고서는 그 남은 몫을 채우려면 행사장 전력망 연결의 신속한 설치, 일관된 폐기물 관리 체계, 관객 대중교통 접근 장벽 제거 같은 제도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정부에 요구했습니다. 이 산업이 연 17억 파운드 규모이며 영국 음악 산업 전체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는 사실도 함께 적혀 있습니다. 감축 목표를 세우는 문서는 세상에 많지만, 자기 한계를 스스로 계산해 공개한 문서는 드뭅니다. 그리고 앞서 본 정부 정책 문서가 이 계산을 그대로 인용했다는 점에서, 이 숫자는 발표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정책의 언어가 됐습니다.

현장에 주는 함의 — 지속가능성 논의가 오래 헛돌았던 이유는 누구 책임인지가 흐렸기 때문입니다. 주최자는 전력망이 없다고 하고, 행정은 업계가 더 노력하라고 합니다. 이 보고서는 그 논쟁을 숫자로 끝냈습니다. 여기까지는 우리, 여기부터는 제도라고 못 박았기 때문입니다. 국내 축제도 같은 방식으로 자기 몫을 나눠 볼 수 있습니다. 발전기와 조명, 폐기물처럼 우리가 바꿀 수 있는 항목과 전력망 인입, 셔틀 노선, 분리배출 체계처럼 지자체와 협의해야 하는 항목을 두 칸으로 나누기만 해도 협상 자료가 됩니다. 다만 37%라는 비율을 그대로 가져다 쓰는 것은 위험합니다. 관객 이동 거리와 전력 조달 방식이 다르면 우리 몫의 크기도 달라지므로, 남의 비율을 인용하기 전에 우리 행사부터 재 봐야 합니다. 재는 일이 거창할 필요는 없습니다. 발전기 대수와 가동 시간, 연료 구매량, 폐기물 배출 톤수, 관객의 출발 지역 분포. 이 네 가지만 한 시즌 기록해도 우리 행사의 배출 구조가 대략 드러납니다. 그리고 그 기록이 있는 행사와 없는 행사는 지자체와 마주 앉았을 때 완전히 다른 대화를 하게 됩니다. 기록이 없으면 요청이 막연한 민원이 되지만, 기록이 있으면 “전력망을 끌어오면 몇 톤이 줄어든다”는 제안이 됩니다. 제도의 도움을 요구하려면 자기 몫을 먼저 증명해야 하고, 그 증명의 재료가 바로 이 네 가지 숫자입니다.

출처 · 영국 야외 라이브 행사 산업 현황 보고서·기후 전환 계획 제3판(하원 공개, 연 17억 파운드 규모)

서약을 서른 개의 할 일로 바꾸다

같은 조직이 앞의 감축 지도를 바탕으로, 2030년까지 배출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서약을 행사 주최자들에게 제안했습니다. 특징은 이 서약이 선언문이 아니라 체크리스트라는 점입니다. 규모를 가리지 않고 쓸 수 있도록 서른 개의 실천 가능한 기후 행동 목록으로 만들어져, 서약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곧바로 쓸 수 있는 지속가능성 전략이 손에 들어오도록 설계했습니다. 참여자에게는 전문가가 이끄는 실무 강좌와 영향 추적 도구, 업계 원탁 참여 기회가 함께 제공됩니다. 대형 공연 기획사와 라이브 산업 단체가 이 서약을 지지했고, 독립 축제 협회는 별도 기금으로 회원 축제들이 실제 행동에 나서도록 인력과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소규모 지역 축제부터 도시형 축제까지 열 곳 넘는 이름이 초기 참여자로 올랐습니다. 한 기획사 대표는 축제 운영자들이 눈앞의 문제를 처리하느라 고개를 들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며, 중장기 영향을 살피는 눈이 따로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현장에 주는 함의 — 서약이 실패하는 흔한 이유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목표만 있고 행동 목록이 없으면 서명한 조직은 다음 달에 그대로 멈춥니다. 국내 축제 협회나 광역 지자체가 우리 지역 축제 기후 행동 서른 가지 같은 공통 목록을 만들면, 여러 축제가 한 번에 같은 출발선에 설 수 있습니다. 요령은 항목 수를 늘리지 않는 것입니다. 서른 개는 한 시즌에 점검할 수 있는 상한선이고, 그 이상이면 아무도 끝까지 채우지 않습니다. 항목마다 확인 방법을 한 줄씩 붙여 두면 그대로 사후 점검표가 되고 다음 해 개선의 근거가 됩니다. 이런 서약형 도구는 인증보다 국경을 빨리 넘어 대체로 6~12개월이면 우리에게 전해집니다. 다만 참여만 홍보하고 이행 결과를 공개하지 않으면 몇 년 안에 신뢰를 잃습니다. 목록을 설계하는 단계에서 해마다 몇 개 항목을 이행했는지 공개하도록 조건을 넣어 두면, 그 한 줄이 제도를 오래 가게 만듭니다. 또 하나 눈여겨볼 대목은 이 서약의 효력이 주최자보다 공급망에서 먼저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서약에 참여한 축제가 늘면 무대와 전력, 케이터링을 맡는 업체들이 같은 항목을 요구받게 되고, 준비된 업체는 그것을 그대로 영업 문구로 씁니다.

출처 · 2030년 배출 절반 감축 서약(서른 개 실천 항목 체크리스트형) — 대형 기획사·독립 축제 협회 지지

국제 목표를 행사의 언어로 옮긴 열세 가지

국제 회의·전시 산업에서 지속가능 이벤트 목표라는 이름의 열세 가지 목표 체계가 공개됐습니다. 서로 얽힌 이 열세 가지는 환경·사회적 부정 영향을 줄이고 긍정적 경제 성과를 키우도록 설계됐으며, 핵심은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를 주최자와 공급사, 개최도시와 파트너가 각자 쓸 수 있는 행사 전용 지침으로 번역했다는 점입니다. 국제 목표는 그동안 행사 업계에서 인용은 많이 되면서도 실무로 옮기기 어려웠습니다. 열일곱 가지 목표 대부분이 국가 정책 단위로 쓰여 있어, 사흘짜리 국제회의를 준비하는 담당자가 어느 항목을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알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같은 시기 국제 행사 산업 협의 기구들은 기존 지속가능 이벤트 기준의 다음 단계 정비에 착수한다고 발표하면서, 정합성과 실사용성, 현장 적용성을 강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습니다. 새 좌표계와 기존 기준의 정비가 같은 시기에 움직이고 있습니다.

현장에 주는 함의 — 국제 회의 산업은 유치 경쟁을 통해 새 기준이 가장 빨리 도착하는 통로입니다. 한국은 국제회의 개최 건수에서 세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어 노출 빈도가 높고, 그만큼 도착 시점도 이릅니다. 국제 학회 유치 심사에 이런 항목이 들어오기까지 6~12개월이면 충분합니다. 지금 준비할 수 있는 일은 단순합니다. 컨벤션뷰로나 전시 주관사가 열세 가지 목표별로 이미 하고 있는 일, 6개월 안에 시작할 일, 제도가 필요한 일을 세 칸으로 나눈 대응표 한 장을 만들면 그대로 유치 제안서의 지속가능성 절이 됩니다. 없는 것을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흩어진 것을 국제 좌표에 붙이는 작업이라 착수 비용이 낮습니다. 다만 열세 칸을 전부 채우려 들면 형식적인 한 줄들로 채워집니다. 영향이 큰 서너 항목을 깊게 파고 나머지는 솔직하게 준비 중으로 남기는 편이 신뢰를 얻습니다.

출처 · ‘지속가능 이벤트 목표’ 열세 가지 체계 공개 — 유엔 SDGs의 행사 전용 번역

인증보다 사람이 먼저 — 도시·대학·인증기관이 함께 만든 교육 과정

영국 리버풀에서 시의회와 지역 대학, 행사 지속가능성 인증기관이 손잡고 친환경 라이브 행사 전문 교육 과정을 시범 운영합니다. 대상은 스포츠·미디어·영상·행사 관련 전공 학생들이며, 라이브 행사에서 탄소를 줄이는 일을 환경과 사회, 법제도의 세 측면에서 다룹니다. 다루는 주제는 행사의 환경·사회 영향, 법과 정책, 친환경 조달, 이동·에너지·식음료·폐기물·물에서 나오는 탄소 영향, 실제 순환 체계, 행동 변화와 소통, 그리고 인증기관의 평가 틀 입문까지 이어집니다. 과정을 마치면 업계가 인정하는 수료증이 발급됩니다. 이 과정은 리버풀이 세계 최초의 유엔 기후행동 가속도시로 지정된 이력을 잇는 사업의 하나로 설계됐고, 시의회는 시범 운영을 평가한 뒤 다른 대학, 나아가 전국으로 확대할 뜻을 밝혔습니다. 시의회 대표는 이 사업의 목적이 지속가능성 역량을 교육에 심어 지역의 인력 공급 경로를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현장에 주는 함의 — 지난 호에서 다룬 행사 인력의 이탈 문제가 이번에는 대답의 형태로 이어졌습니다. 주목할 것은 대답의 모양입니다. 업계가 사내 교육을 만든 것이 아니라 도시 정부와 대학이 함께 만들었습니다. 한 번 정규 교육 과정에 자리 잡은 역량은 인력 시장 전체의 기본값이 됩니다. 국내에서도 지자체와 컨벤션뷰로, 지역 대학을 묶는 구성이 가능합니다. 세 주체가 각각 얻는 것이 다르다는 점을 제안서에 명시하면 협약이 빨리 성사됩니다. 대학은 산학 연계 실적을, 시는 인력 공급 경로와 기후 정책 성과를, 인증기관은 다음 세대 사용자를 얻습니다. 다만 이론 강의로만 채우면 수료증은 나오지만 현장 역량은 생기지 않습니다. 실제 행사 한 건의 배출을 학생이 직접 계산해 보는 과제가 반드시 들어가야 합니다. 국내 학과에 이런 과정이 자리 잡기까지 대체로 12~24개월이 걸리므로, 지금 단기 과정으로 선점하면 나중에 기준 모델이 됩니다.

출처 · 리버풀 시의회·지역 대학·행사 지속가능성 인증기관 공동 교육 과정 시범 운영

02. 인증·표준 워치 — 무엇이 그린워싱과 진짜를 가르는가

12개국 25개 행사가 같은 잣대를 통과했다

행사 지속가능성 인증기관이 지난해 인증을 받은 25개 축제와 행사의 명단을 공개했습니다. 4대륙 12개국에 걸쳐 있으며, 오랫동안 친환경을 정체성으로 삼아 온 포르투갈과 벨기에의 축제, 인도의 생태 음악축제 같은 단골에 더해 스위스의 유서 깊은 재즈 페스티벌, 미국 마이애미의 대형 전자음악 축제, 런던에서 새로 시작해 배터리 전원으로 메인 무대를 돌린 신생 축제가 처음 이름을 올렸습니다. 인증 절차는 자체 평가와 독립 심사원의 현장 방문, 행사 후 증빙 제출을 거쳐 독립 감사 보고서로 마무리됩니다. 평가 항목은 지역 환경과 지역사회, 이동, 식음료, 에너지, 물, 자재, 다양성과 형평, 운영 체계 등 열한 가지입니다. 6년 연속 최고 등급을 받은 벨기에 축제 관계자는 매년 스스로에게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는지 묻는다고 했고, 스위스 재즈 페스티벌 대표는 인증이 자기들의 여정을 가속하고 체계화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현장에 주는 함의 — 이 명단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신생 축제가 첫해부터 인증을 받았다는 점입니다. 인증이 오래된 축제의 개선 도구에서 새 축제의 창업 조건으로 성격이 바뀌고 있다는 뜻입니다. 처음부터 평가 틀을 전제로 설계한 축제는 나중에 고치는 비용을 아예 치르지 않습니다. 국내 축제도 이미 다회용기와 대중교통 연계, 지역 상권 연계 같은 항목에서 여러 칸을 채우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 실행을 증빙 가능한 형태로 남기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심사는 실행이 아니라 증빙을 봅니다. 열한 가지 항목으로 된 자가진단표를 만들어 한 시즌 돌려 보는 것만으로도 준비 기간이 크게 줄어듭니다. 그때 비어 있는 칸이 대부분 다양성과 운영 체계 같은 사회 항목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는데, 앞으로 몇 년간 심사 압력이 커질 곳이 바로 그쪽입니다. 증빙을 남기는 방법도 어렵지 않습니다. 다회용기를 몇 개 대여해 몇 개를 회수했는지, 셔틀을 몇 대 운행해 몇 명이 탔는지, 지역 업체에서 얼마어치를 조달했는지를 행사 종료 후 한 장으로 정리해 두면 그것이 곧 심사 자료입니다. 사진과 보도자료는 증빙이 되지 않지만 숫자와 계약서, 정산 자료는 증빙이 됩니다. 중요한 것은 행사가 끝난 직후에 정리하는 습관입니다. 몇 달이 지나면 자료가 흩어지고, 다음 해 준비 때 처음부터 다시 모으게 됩니다.

출처 · 행사 지속가능성 인증기관 2025년 인증 명단(4대륙 12개국 25개 축제·행사, 평가 11개 항목)

관객이 타고 오는 비행기 — 인증 다음에 남는 숙제

행사 지속가능성 인증기관이 매달 진행하는 업계 전문가 인터뷰에서,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의 한 음악축제 창립자가 자기 축제의 성적과 한계를 함께 밝혔습니다. 잘 되는 것부터 보면, 관객에게 재사용컵 반납을 독려하는 캠페인과 대중교통 이용의 중요성을 알리는 활동이 해마다 좋은 반응을 얻으며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했습니다. 관객과 아티스트 모두 축제가 실행하는 친환경 조치에 갈수록 관심을 보이고 있고, 지난해 여러 배경과 지역의 참가자들로 꾸린 실무 모임이 권고한 개선안을 올해 실제로 적용하고 있다고도 밝혔습니다. 그런데 가장 큰 장애물은 축제가 섬에서 열린다는 사실 자체였습니다. 관객의 70% 이상이 섬 밖에서 오고 주된 이동 수단이 항공이라 탄소발자국 측면에서 상당한 도전이 된다는 것입니다. 축제 측은 개최지와 관객 출발지 양쪽에서 이 배출을 상쇄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인증을 받고 해마다 개선을 이어 온 축제가 솔직하게 밝힌 한계라는 점에서 이 이야기는 무겁습니다. 잘한 일과 못한 일을 함께 내놓는 태도 자체가, 이 분야에서 신뢰를 얻는 방식이 무엇인지 보여 주기도 합니다.

현장에 주는 함의 — 인증을 받은 행사가 다음에 마주하는 벽이 이 이야기에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현장에서 통제할 수 있는 항목은 눈에 띄게 좋아지지만, 관객 이동은 주최자가 직접 손댈 수 없습니다. 그런데 대개 이 항목이 전체 배출에서 가장 큰 덩어리입니다. 국내 축제에 다행인 점은 재료가 이미 있다는 것입니다. 예매 데이터에 지역 정보가 붙는 경우가 많아, 관객이 어디서 오는지 분포만 뽑아도 이동 배출의 개략값을 낼 수 있습니다. 그 숫자가 나오면 셔틀 운영, 기차 연계, 지역 관객 우대 같은 대책을 설계할 수 있습니다. 섬이나 산간에서 열리는 국내 축제라면 이번 사례가 거의 그대로 자기 이야기입니다. 다만 줄이기 어려운 배출을 상쇄로 먼저 덮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상쇄는 감축 노력을 다한 뒤의 마지막 수단이며, 실제 감축 조치를 먼저 밝히지 않으면 진정성을 의심받습니다.

출처 · 인증기관 업계 전문가 인터뷰 —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 음악축제 창립자(관객 70% 이상 항공 유입)

03. 축제·이벤트 현장 적용 + 한국에 올까?

프랑스 지역 신문에서 ‘친환경 축제’는 이미 평범한 말이 됐다

이번에 살핀 범위에서 눈에 띈 것은 한 건의 큰 뉴스가 아니라 작은 기사들의 밀도였습니다. 프랑스 지역 일간지들이 2주 사이에 스무 건 넘게 에코책임 축제라는 표현을 제목에 그대로 달고 지역 축제를 소개했습니다. 브르타뉴의 대형 음악축제는 보증금을 받고 돌려주는 컵에서 재사용 감자튀김 용기까지 확대한 사례로 다뤄졌고, 파리의 숲에서 열리는 도시형 축제는 조금씩 틈을 넓혀 간다는 표현으로 자기 방식을 설명했습니다. 지자체 실무자를 대상으로 하는 행정 전문지는 에코책임 축제를 조직하는 열 가지 조언이라는 실무 안내 기사를 실었습니다. 소도시 농가에서 열리는 축제, 폐기물 감축을 지역에서 실천하자는 축제, 세대를 잇는 축제까지 규모와 성격도 제각각입니다. 특정 대형 축제의 선언이 아니라 지역 언론이 축제를 소개할 때 쓰는 기본 수식어가 됐다는 점이 이 밀도의 의미입니다. 눈여겨볼 대목은 이 흐름이 국제 인증을 거쳐 온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지역 축제의 자율 실천과 지자체 실무 안내가 먼저 자리 잡았고, 그 위에서 표현이 굳어졌습니다. 기준이 반드시 인증서를 통해서만 퍼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 주는 사례입니다.

현장에 주는 함의 — 새로운 기준이 자리 잡는 길은 두 갈래입니다. 하나는 큰 조직의 인증 취득이고 다른 하나는 언어의 일상화입니다. 프랑스는 후자의 사례입니다. 한국에서도 친환경 축제라는 표현은 이미 흔합니다. 다른 점은 그 표현 뒤에 붙는 항목의 밀도입니다. 재사용 용기와 대중교통 연계, 폐기물 감축이 기사 본문에 구체적 항목으로 등장하는 프랑스와 달리 국내 기사는 대개 수식어에서 멈춥니다. 이 격차는 6~12개월이면 좁혀질 수 있고, 그 시점에 항목별 실행을 갖춘 축제가 지역 대표 사례로 자리 잡습니다. 지자체 축제 담당 부서가 열 가지 안팎의 실행 항목과 확인 방법을 담은 한 장짜리 안내문을 만들어 관내 전 축제에 배포하면, 한 번의 작업으로 수십 개 축제의 수준이 함께 올라갑니다. 말이 앞서고 검증이 뒤따르지 못하면 나중에 수식어를 거둬들여야 하므로, 다회용기 사용량 한 줄이라도 함께 남기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출처 · 프랑스 지역 일간지 2주간 ‘에코책임 축제’ 표제 기사 20여 건 · 행정 전문지 실무 안내 기사

문화가 기후 정책의 빈칸이었다 — 런던 기후행동주간의 두 목소리

세계 최대 규모의 기후 주간 행사가 여덟 번째로 열렸습니다. 문화·창작 부문의 기후 대응을 이끌어 온 영국 단체는 이 기간에 세 개의 행사를 공동 주최하면서, 축제부터 지역 극장과 영화관, 문화유산까지 창작 부문이 수십 년간 기후 행동을 이끌어 왔는데도 세계 기후 정책과 재정 논의에서는 흔히 빠져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들은 다음 국제 이행점검에서 문화가 유엔 기후 체계 안에 공식 통합돼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같은 주간을 스페인어권 매체는 다른 각도로 전했습니다. 분열된 세계 속의 협력을 주제로 한 이번 회의에서 논의의 축이 기술과 비용에서 제도와 시장 규칙, 정치적 협력으로 옮겨 갔다는 것입니다. 청정에너지는 이미 경쟁력을 갖췄지만 그것을 받아들여야 할 제도가 같은 속도로 성숙하지 않았다는 진단이며, 주최 측 인사는 다음 단계에 필요한 것이 기술 도약이 아니라 정책과 규제, 시장의 혁신이라고 정리했습니다. 언어가 다른 두 보도가 같은 결론에 닿았습니다.

현장에 주는 함의 — 서로 다른 언어권의 보도가 같은 진단을 내놓았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합니다. 한 나라 매체의 해석이라면 시각의 문제일 수 있지만, 유럽과 남미의 보도가 나란히 이제 병목은 제도라고 말하면 그것은 국제적으로 공유된 인식입니다. 이 진단은 앞서 본 13%의 몫과 정확히 겹칩니다. 국내 문화 기관에 주는 실질적 시사는 문서 한 장입니다. 국제 공동 제작이나 해외 투어, 국제 예술 축제 참가를 준비하는 기관이라면 우리 기관의 에너지와 이동, 폐기물 관리 현황과 감축 목표를 한두 장으로 정리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해외 파트너가 탄소 관련 질문을 던지는 시점은 국제 정책이 바뀌기 훨씬 전, 대체로 6~12개월 안입니다. 무대에서 기후를 이야기하는 것과 그 무대의 배출을 줄이는 것은 다른 일이며, 이야기의 설득력은 결국 자기 운영의 숫자에서 나옵니다.

출처 · 런던 기후행동주간 8회차 — 문화·창작 부문 단체의 유엔 기후 체계 통합 요구

다양성을 카드게임으로 배우는 행사 실무 — 일본의 접근

일본의 이벤트 산업 전문지가 행사 제작사와 함께 다양성과 포용을 다루는 실무 워크숍 체험회를 7월 말 도쿄에서 엽니다. 대상은 행사 주최자와 기획·운영·공간디자인·시공을 맡는 제작자, 행사장 운영자와 후원사이며 정원은 스무 명 남짓입니다. 기획 배경 설명이 이 흐름의 성격을 잘 보여 줍니다. 외국인 방문객 증가와 고령화 진행, 기업의 다양성 정책 확산으로 사회 전체가 다양성을 전제로 한 구조로 바뀌고 있고 행사 현장에서도 접근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과제 하나를 함께 지적했습니다. 예산과 시간이 제한된 상황에서는 다수를 위한 조치가 우선되고 소수자에 대한 배려가 뒤로 밀리기 쉽다는 점입니다. 워크숍의 핵심은 카드게임입니다. 참가자가 각자 주최자가 되어 돈과 사람, 시간이라는 제한된 자원으로 다양성을 배려한 행사를 만들어 보는 형식으로, 행사 종류 카드와 개최 목적 카드, 구체적 배려 항목 카드를 조합해 진행합니다.

현장에 주는 함의 — 지속가능성 논의에서 사회적 측면은 늘 환경에 밀립니다. 탄소는 숫자로 나오지만 접근성과 포용은 재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앞서 본 인증 평가 항목에 다양성과 형평이 정식으로 들어가 있다는 점을 떠올리면, 이 영역이 곧 심사의 무게중심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국내에도 시사가 분명합니다. 고령 관객과 장애 관객, 외국인 관객의 참여 조건을 미리 설계한 행사가 앞으로 관객층을 넓게 가져갑니다. 인구 구조가 고령으로 기울수록 접근성은 배려가 아니라 시장 크기의 문제가 됩니다. 일본이 고령화를 먼저 겪는 만큼 이 분야 교재도 앞서 나오는데, 유사한 요구가 국내에 닿기까지 6~12개월을 봅니다. 진단 도구를 만든다면 항목을 나열하는 방식보다, 제한된 예산에서 무엇을 먼저 할 것인지 고르게 하는 방식이 실제 결정을 바꿉니다. 무엇을 해야 한다는 목록은 예산이 없으면 그대로 무시되지만, 이 예산에서 무엇을 먼저 하겠느냐는 질문은 담당자를 실제로 고민하게 만듭니다. 축제 담당자 연수 과정의 한 꼭지로 넣기에도 적당합니다. 다만 체험 프로그램으로만 소비되면 현장은 그대로입니다. 워크숍에서 얻은 인식이 다음 행사의 도면과 예산서에 실제로 반영됐는지 확인하는 절차가 붙어야 하고, 그 확인 결과를 다시 다음 교육의 재료로 되돌려야 변화가 쌓입니다.

출처 · 일본 이벤트 산업 전문지·행사 제작사 공동 다양성·포용 워크숍 체험회(7월 말 도쿄)

한국도 사람에서 시작했다 — 다만 커리큘럼에 비어 있는 한 칸

경기관광공사가 청년 대상 마이스 인재 양성 과정을 확대 운영했습니다. 올해는 42명이 신청해 지난해 31명보다 규모가 늘었고, 과정은 지역 특화 관광·마이스 산업 이해와 온라인 실무교육, 업계 선배 멘토링, 자기소개서와 면접 코칭, 독특한 행사장 현장 견학까지 총 25시간의 실무 중심으로 짜였습니다. 올해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지역 공공기관과의 협력 확대입니다. 컨벤션센터와 상공회의소의 기존 인력 사업과 연계한 신규 과정을 신설하고 사전 교육 이수를 상호 인정해 인턴십으로 이어지도록 설계했는데, 광역자치단체와 기초 공공기관이 교육 이수 체계를 서로 인정하는 첫 협력 모델입니다. 수료생에게는 공사와 협회 공동 명의 수료증이 발급되고, 출석률을 충족하면 최소 6주 인턴십이 제공됩니다. 지난해에는 교육생 31명 가운데 22명이 인턴십으로 연결됐고, 올해 인턴십에는 국제 정상회의와 동계올림픽 국가관 운영 경험을 가진 전문기업 12곳이 참여합니다.

현장에 주는 함의 — 앞서 본 리버풀 사례와 이 과정은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했고 구조도 닮았습니다. 지역 공공기관과 교육기관, 업계를 하나로 묶었고 수료증과 인턴십으로 경로를 닫았습니다. 다만 결정적 차이가 하나 있습니다. 리버풀 과정의 커리큘럼은 탄소와 조달, 순환 체계, 평가 틀로 채워져 있는데 이 과정에는 지속가능 운영에 해당하는 칸이 보이지 않습니다. 같은 구조에 다른 내용물이 들어가 있는 것입니다. 25시간 가운데 3시간이면 충분합니다. 행사 배출이 어디서 나오는지 30분, 국제 기준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30분, 실제 행사 한 건의 배출을 직접 계산해 보는 실습 2시간이면 됩니다. 마지막 실습이 핵심입니다. 개념을 들은 사람은 잊지만 직접 계산해 본 사람은 현장에서 그 질문을 꺼냅니다. 국제 행사 유치 심사에 이 항목이 들어오기까지 6~12개월인데 교육 개편은 연 단위 주기라, 지금 결정해야 다음 기수에 반영됩니다.

출처 · 경기관광공사 청년 마이스 인재 양성 과정 확대 운영(42명 신청·25시간·최소 6주 인턴십)

2032년의 잠실, 지금 설계도에 넣어야 할 것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일대에 대규모 스포츠·마이스 복합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 정부의 민간투자사업 심의를 최종 통과했습니다. 2032년 준공을 목표로 올해 하반기 착공에 들어갑니다. 약 29만~35만8000㎡ 부지에 노후 시설을 철거하고 스포츠와 문화, 비즈니스 기능을 결합하는 것이 핵심으로, 3만 석 규모 돔 야구장과 1만1000석 스포츠콤플렉스가 들어섭니다. 전시장은 8만9000㎡로 기존 대표 전시장의 약 2.5배 규모이며 컨벤션 시설 1만9000㎡가 함께 조성됩니다. 5성급 호텔을 포함한 841실 규모 숙박시설과 대규모 상업·업무시설도 들어섭니다. 총사업비는 산정 기준에 따라 2조7000억 원에서 3조3000억 원 규모이며 전액 민간이 부담합니다. 서울시는 수익 일부를 환수해 기금으로 조성한 뒤 균형발전 사업에 재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국제 전시·회의 기능을 크게 강화하겠다는 것이 사업의 방향입니다.

현장에 주는 함의 — 이 사업의 진짜 마감은 2032년 준공이 아니라 올해 하반기 착공입니다. 건물의 친환경 성능은 설계 단계에서 거의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전력망 용량과 인입 지점, 폐기물 동선과 분리 공간, 재사용 용기 세척 설비의 자리, 대중교통 연계 동선 같은 항목은 준공 후에 넣으려면 비용이 몇 배로 뜁니다. 앞의 소식들이 보여 준 국제 흐름은 분명합니다. 앞으로 국제 행사 유치 심사는 시설의 친환경 성능을 묻고, 국제 전시 기능을 표방하는 시설이 관련 인증 없이 개관하는 것은 몇 년 안에 이례적인 일이 됩니다. 유치 심사에 관련 항목이 들어오기까지 6~12개월, 시설 인증이 사실상 기본 요건이 되기까지 18~36개월을 보는데 준공은 그보다 한참 뒤입니다. 주의할 점은 건물 에너지 인증과 행사 운영 인증이 다르다는 사실입니다. 건물이 아무리 효율적이어도 그 안에서 열리는 행사의 폐기물과 조달, 관객 이동은 별도 체계로 관리해야 합니다. 착공 단계에서 건물 인증만 챙기고 운영 체계를 미루면 개관 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게 됩니다. 설계 검토 의견서를 낸다면 전력과 폐기물, 물, 이동 네 항목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각 항목마다 국제 평가 틀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그것을 충족하려면 설계에 무엇이 들어가야 하는지를 한 줄씩만 적으면 됩니다. 그 한 장이 준공 후 수십 년의 운영 비용을 좌우하는데, 국내에는 이 단계에 개입해 본 사례가 드물어 지금 시작하는 쪽이 기준을 만들게 됩니다.

출처 · 잠실 스포츠·마이스 복합단지 민간투자사업 심의 통과(2026년 하반기 착공·2032년 준공 목표)

04. 편집장의 글

① 계단은 네 칸이었다 — 자율 규범, 인증, 실측, 그리고 정책

지난 몇 호를 이어서 읽으면 하나의 계단이 보입니다. 처음에는 인증이었습니다. 모터스포츠 서킷과 국제 테니스 대회, 골프 투어가 잇달아 같은 국제 기준 아래로 들어갔습니다. 다음은 실측이었습니다. 배터리가 디젤을 대체하며 5년간 얼마를 줄였다는 숫자가 나왔고, 논의의 무게가 약속에서 성과로 옮겨 갔습니다. 그리고 이번 호에서 또 한 칸이 나타났습니다. 정부가 업계의 자율 규범을 대표 기준으로 지목한 것입니다. 이 순서에는 나름의 논리가 있습니다. 인증이 없으면 무엇을 잰다는 것인지 알 수 없고, 실측이 없으면 인증이 형식으로 남으며, 정책이 없으면 앞선 두 단계가 자발적 선의에 머뭅니다. 반대로 정책이 먼저 오면 업계가 준비되지 않은 채 규제를 맞습니다. 영국이 지금 밟고 있는 순서를 눈여겨볼 만한 이유입니다. 한국이 이 계단의 어느 칸에 서 있는지 물으면, 아직 첫 칸의 문턱입니다. 국내에는 이 분야 국제 인증을 받은 축제 사례가 드물고, 행사 배출을 항목별로 재 본 기록도 흔치 않습니다. 그렇다고 서두를 필요는 없습니다. 계단을 건너뛰면 반드시 되돌아옵니다. 지금 할 일은 첫 칸을 제대로 밟는 것이며, 우리 행사의 전력과 폐기물, 관객 이동을 재 보는 일에서 시작하면 충분합니다.

② 사람에 대한 답이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 호에서 영국의 한 연구가 던진 질문이 있었습니다. 행사 업계가 겪는 것이 인력난인가, 아니면 이탈 위기인가 하는 물음이었습니다. 이번 호에는 그 질문에 대한 두 개의 대답이 실렸습니다. 하나는 리버풀입니다. 시의회와 대학, 인증기관이 함께 학생들을 위한 친환경 행사 교육 과정을 만들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경기입니다. 관광공사가 청년 마이스 인재 과정을 확대하고 지역 기관들과 이수 체계를 연결해 인턴십까지 이었습니다. 두 대답의 구조는 놀랄 만큼 닮았습니다. 공공기관과 교육기관, 업계를 묶고 수료증과 현장 경험으로 경로를 닫았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다른 것은 내용물입니다. 리버풀의 커리큘럼에는 탄소와 조달, 순환 체계가 들어 있고 경기의 커리큘럼에는 산업 이해와 실무 역량이 들어 있습니다. 둘 다 필요한 것이지만, 국제 행사 유치 경쟁이 지속가능성 항목으로 갈리기 시작하면 한쪽에만 있는 내용물이 격차가 됩니다. 좋은 소식은 이 격차가 아주 작은 비용으로 메워진다는 것입니다. 25시간 중 3시간이면 충분하고, 그 3시간을 언제 넣느냐가 3년 뒤의 경쟁력을 가릅니다. 사람을 기르는 일에서는 한 학기의 차이가 몇 년의 차이로 벌어집니다.

③ 말이 먼저 평범해지고, 검증은 나중에 온다

이번 호에서 가장 조용하지만 오래 남는 관찰은 프랑스 지역 신문에서 나왔습니다. 큰 뉴스는 없었지만 2주 사이에 스무 건 넘는 지역 축제 기사가 제목에 에코책임이라는 말을 그대로 달고 있었습니다. 농가에서 열리는 작은 축제, 세대를 잇는 축제, 폐기물을 줄이자는 축제까지 규모와 성격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어느 대형 축제의 선언보다 강한 조짐입니다. 새 기준이 자리 잡는 마지막 단계가 언어의 일상화이기 때문입니다. 특별한 선택이던 것이 기본 사양이 되면, 그 뒤에 오는 기준 강화는 저항 없이 통과합니다. 한국에서도 친환경 축제라는 말은 이미 흔합니다. 다만 그 말 뒤에 붙는 항목의 밀도가 다릅니다. 프랑스 기사에는 어떤 컵을 쓰고 어떤 용기를 재사용하는지가 본문에 적혀 있는데 국내 기사는 대개 수식어에서 멈춥니다. 이 차이는 곧 좁혀질 것이고, 그때 남는 질문은 하나입니다. 그래서 무엇을 얼마나 줄였는가. 지금 답을 준비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거창한 계획이 아니라 기록입니다. 올해 우리 축제가 다회용기를 몇 개 썼고 폐기물을 얼마나 줄였는지 한 줄만 남겨 두면, 그 한 줄이 내년의 근거가 되고 몇 해 뒤의 인증 서류가 됩니다.

이 글은 그린이벤트 트렌드 리포트(공개판)의 요약입니다. 각 신호의 ‘전문가 심층 분석(왜 지금인가 · 누가 이기고 지나 · 실행 방안)’은 전체 리포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출처 · 그린이벤트 트렌드 리포트 2026-W31 (공개판) · 편집: greenev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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