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EN TRENDS · 2026-W26 · 6월 4주차 · 2026년 6월 23일
‘측정’에서 ‘비교’로 — 행사를 점수로 견주는 시대가 열리고, 지속가능성이 ‘비용’에서 ‘성장 전략’으로 옮겨갔다
행사의 강도를 점수화해 서로 견주는 벤치마킹 도구가 등장했고, 국제 표준은 중소 주최사도 쓰도록 더 쉽게 다듬어진다. 영국은 ‘2030년 절반’을 30개 실천 점검표로 풀어 누구나 서약하게 했다. 싱가포르는 행사 수입 +35%를 장기 비전에 묶었고, 한국에선 인천이 ICCA 국제회의 도시 112위(역대 최고)·세종·원주가 지역 마이스 기반을 다지며 같은 길에 들어섰다.
이번 주 핵심 (THIS WEEK POINT)
이번 주 신호의 무게중심은 ‘측정’에서 ‘비교’로 한 걸음 더 나아갔습니다. 표면적으로는 등급화 도구·표준 정제·서약 점검표·도시 성장 전략이라는 별개의 이야기지만, 둘을 관통하는 본질은 둘입니다. 하나는 측정한 값을 행사끼리 견줘 등급을 매기는 ‘비교의 시대’가 열렸다는 것, 다른 하나는 지속가능성이 ‘비용’에서 ‘성장 전략’으로 자리를 옮겼다는 것입니다.
- 점수가 된 행사 — 만족도 조사의 한계를 넘어, 서로 교차하는 두 축 위에 여러 행사를 놓아 강점·약점을 한눈에 보여주고 가치를 점수화하는 벤치마킹 도구가 등장했다. ‘우리 행사의 탄소를 재자’에서 ‘잰 값을 다른 행사와 견주자’로 한 단계 올라섰다.
- 누구나 서약하는 청사진 — 영국은 ‘2030년 배출 절반’을 행사 규모와 무관하게 쓸 수 있는 30가지 실천 점검표로 풀어, 서약하는 주최사가 곧바로 쓸 수 있는 전략 한 벌을 손에 쥐게 했다.
- 성장 전략이 된 지속가능성 — 싱가포르는 비즈니스 이벤트 수입이 한 해 35% 늘었다며 2040년을 내다보는 장기 비전을 내걸었다. 행사를 단발성 수익이 아니라 도시의 장기 자산으로 보는 순간, 그 운영의 지속가능성이 곧 도시 경쟁력의 토대가 된다.
- 같은 길에 들어선 한국 — 인천이 ICCA 국제회의 개최도시 순위 세계 112위(국내 3위)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고, 세종·원주가 지역 마이스 기반을 다지며 ‘성장의 초입에서 어떻게 지속가능하게 키울 것인가’라는 질문 앞에 섰다.
01. 이번 호 핵심 신호
만족도를 넘어, 행사의 강도를 ‘점수’로 매기는 시대가 온다
행사 산업에 처음으로 "이 행사가 다른 행사보다 얼마나 강한가"를 객관적으로 재려는 측정 도구가 등장했습니다. 26년간 전시·행사를 운영해온 한 전문가가, 업계가 비어 있다고 느껴온 ‘정보 계층’을 직접 만들겠다며 내놓은 것입니다. 그는 오랫동안 의존해온 만족도·추천 지표만으로는 한 행사가 정말 튼튼한지 알 수 없다고 봅니다. 참가자가 "추천하겠다"고 답하는 것과, 그 행사가 실제로 사업적·운영적으로 건강한가는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새 도구는 서로 교차하는 두 축 위에 여러 행사를 놓아 강점·약점을 한눈에 보여주고, 가치를 주최사가 반박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점수화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현장에 주는 함의 — 행사를 비교·등급화하는 도구가 본격화되면, 한국 주최사도 "우리 행사가 전체에서 어디쯤 있는가"에 숫자로 답해야 하는 시점이 온다. 그때 "데이터가 없다"고 답하면 비교표의 빈칸으로 남아 신뢰를 잃는다. 탄소·폐기물·관객 이동·만족도 같은 기본 데이터를 한 장의 표로 정리해 두는 일이 출발점이다. 단, 점수 자체에만 매달리면 본질을 놓친다. 점수는 개선의 출발점이지 목표가 아니다.
출처 · 행사 벤치마킹·등급화 도구(업계 신규 발표)
행사 지속가능성 공통 표준, 더 쉽게 쓰도록 다시 손본다
국제 행사 산업을 대표하는 두 협의체가 이미 널리 쓰이는 행사 지속가능성 표준을 다듬는 작업에 본격 착수했습니다. 이번 정제의 핵심은 표준을 더 명확하고, 실제로 쓰기 쉽고, 현장에서 바로 적용 가능하게 손보는 것입니다. 그동안 표준은 방향은 옳지만 막상 행사장에서 어떤 항목을 어떻게 재고 보고해야 할지 모호하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이번 작업은 표준이 "어렵고 추상적"이라는 인상을 벗고 중소 주최사까지 손에 쥘 수 있게 다듬어진다는 점에서 적용 대상이 넓어지는 변화입니다.
현장에 주는 함의 — 표준이 확정된 뒤 급하게 따라가면 인증 비용도, 시행착오도 커진다. 거꾸로 표준이 정제되는 지금 단계에서 탄소·폐기물·이동 데이터를 자체적으로 기록해 두면 공식 평가가 들어왔을 때 이미 준비된 주최사가 된다. 특히 공공 발주 행사나 국제 회의를 유치하려는 도시·기관이라면 국제 통용 표준의 적용 여부가 곧 경쟁력이다.
출처 · EIC·JMIC(국제 비즈니스 행사 협의체) — “SES 정제 다음 단계”
2030년 탄소 절반, 30가지 점검표로 누구나 서약할 수 있게
영국 라이브 이벤트 업계가 "2030년까지 배출 절반"이라는 산업 공통 목표를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서약 형태로 풀어냈습니다. 핵심은 행사 주최사가 직접 실천으로 줄일 수 있는 부분이 38%, 나머지 12%는 정부 정책과 공급망 변화로 넘어야 할 장벽임을 분명히 나눴다는 점입니다. 막연한 넷제로 구호가 아니라 누가 무엇을 어디까지 책임지는지를 숫자로 구분한 것입니다. 서약은 행사 규모와 무관하게 쓸 수 있도록 30가지 실천 가능한 기후 행동 점검표로 설계됐습니다.
현장에 주는 함의 — ‘직접 줄일 몫(38%)과 정부·공급망에 요구할 몫(12%)을 나눈’ 발상은 그대로 가져올 만하다. 우리 행사에서 당장 실행할 항목과 지자체·정부에 지원을 요청할 항목을 구분해 제시하면 발주처·후원사를 훨씬 설득력 있게 끌어온다. 점검표 30개를 다 하겠다고 달려들기보다, 영향이 크고 측정이 쉬운 전력·폐기물부터 좁게 시작하는 편이 오래간다.
출처 · Vision for Sustainable Events — “2030 비전 서약(30개 기후 행동 점검표)”
02. 인증·표준 워치 — 무엇이 그린워싱과 진짜를 가르는가
"측정이 빠진 친환경은 검증할 수 없다" — 환경의 날 메시지의 재확인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인증 기관이 던진 메시지는 이번 ‘비교의 시대’ 흐름의 토대를 짚습니다. "줄이려면 먼저 재야 한다." 측정이 빠진 친환경은 누구도 검증할 수 없는 주장에 그치고 시간이 지날수록 신뢰만 깎아 먹는다는 경고입니다. 반대로 작더라도 꾸준히 재고 기록한 행사는 해마다 개선의 증거를 쌓아 신뢰를 얻습니다. 이번 호에서 본 행사 비교·등급화 흐름도 결국 이 측정이 있어야 작동합니다.
현장에 주는 함의 — 환경 데이터를 의무 공시해야 하는 흐름이 기업으로 번지면, 후원사도 "우리가 후원한 행사의 환경 성과"를 숫자로 요구하기 시작한다. 그때 "기록이 없다"고 답하면 후원 자체가 위태로워진다. 전기 사용량·폐기물 배출량·셔틀 운행 거리 같은 기본 데이터부터 표로 남기는 것이 어떤 인증·요구에도 곧바로 대응하는 길이다.
출처 · A Greener Future — “Awareness Is Not Enough”
배터리로 디젤을 없앤 행사들 — 샴발라·파리 포켓몬 GO·리도
한 휴대용·무배출 배터리 전력 시스템 업체(Instagrid)가 영국·유럽 곳곳의 행사에서 연료 발전기를 대체한 공로로 업계 그린 어워드를 받았습니다. 수상작은 샴발라 페스티벌, 파리 포켓몬 GO 페스트, 리도 페스티벌 같은 대형 행사에서 무배출 전력으로 발전기를 대체한 사례들을 앞세웠습니다. 특히 지속가능 운영의 선구자로 알려진 한 페스티벌에서는 배터리만으로 행사 전력을 감당해 여러 대의 소형 발전기를 없앴습니다.
현장에 주는 함의 — 배터리 전력이 대형 행사에서 실제로 검증됐다는 것은, 한국에서도 곧 같은 선택을 요구받게 된다는 뜻이다. 도심·주거지 인근 페스티벌의 소음·매연 민원과 탄소를 무배출 배터리가 동시에 해결한다. 연료 절감량을 숫자로 환산해 보여주면 "친환경이 곧 비용 절감"이라는 설득이 가능하다. 초기 도입 비용과 대여 인프라가 관건이므로 국내 공급처를 미리 파악해 두는 것이 한발 앞서는 길이다.
출처 · 업계 그린 어워드 / Instagrid
03. 축제·이벤트 현장 적용 — 표준이 무대 위에서 어떻게 작동하는가
매시브 어택 ‘Act 1.5’ — 업계가 따라 할 표준 사례가 되다
축제 지속가능성 인증 기관(A Greener Future)이 유명 밴드의 ‘기후 행동 가속기(Act 1.5)’ 프로젝트를 역사적 이정표로 기념했습니다. 핵심은 대형 공연이 무대 전력·관객 이동·식음료·폐기물까지 모든 구성 요소를 측정 가능한 기후 행동의 대상으로 다뤄, 라이브 음악 산업 전체의 탈탄소를 앞당기는 모델이 됐다는 점입니다. 인증 기관이 이를 이정표로 기념했다는 것은, 개별 아티스트의 선의를 넘어 업계가 따라 할 표준 사례로 자리매김했다는 뜻입니다.
현장에 주는 함의 — 해외 사례의 핵심은 ‘메시지’가 아니라 ‘측정 가능한 모델’이다. 팬덤이 강한 대형 공연일수록 관객을 기후 행동에 참여시키는 설계가 효과적이다. ‘기후 행동을 콘텐츠로 만드는 설계’와 그 결과를 숫자로 정리해 보여주는 일이 앞으로 대형 공연 기획의 기본기가 된다.
출처 · A Greener Future — “Massive Attack’s Act 1.5”
04. 성장 전략이 된 지속가능성 — 싱가포르, 그리고 인천·세종·원주
싱가포르 — 비즈니스 이벤트가 성장 엔진이 되자 지속가능성도 도시 전략이 됐다
싱가포르가 비즈니스 이벤트 수입이 한 해 35% 늘었다고 발표하며, 단기 변수에 대응하면서도 2040년을 내다보는 장기 인프라·투자 계획을 함께 내놨습니다. 이 발표가 중요한 이유는, 비즈니스 이벤트가 도시 경제의 성장 엔진으로 공식 인정받으면서 그 운영의 질, 곧 지속가능성과 회복력도 도시 차원의 전략으로 끌어올려지기 때문입니다. 행사를 단발성 수익이 아니라 장기 자산으로 보는 순간, 탄소·인력·인프라를 어떻게 지속가능하게 관리할 것인가가 핵심 의제가 됩니다. (태국 역시 정부·학계·교육이 손잡은 협력체로 인력과 지역 성장을 함께 풀겠다고 나섰습니다.)
현장에 주는 함의 — 지자체에 제안할 때 "친환경 운영은 비용이 아니라 유치 경쟁력"이라는 논리를 싱가포르식 성장·지속가능성 통합 모델을 근거로 제시하면 설득력이 크다. 단, 성장 수치만 앞세우고 지속가능성·회복력 관리를 뒤로 미루면 행사가 커질수록 탄소·인력·인프라 부담이 함께 커져 성장 자체가 발목 잡힌다. 성장과 지속가능성 준비는 처음부터 함께 가야 한다.
출처 · 싱가포르 비즈니스 이벤트 성장·장기 비전 발표
인천·세종·원주 — 한국 마이스가 지역의 자산으로 자라난다
한국에서도 같은 흐름이 도착하고 있습니다. 인천은 국제컨벤션협회(ICCA)가 발표한 2025년 국제회의 개최도시 순위에서 세계 112위·국내 3위로 역대 최고 성과를 냈습니다. 전년 세계 183위에서 71계단을 뛰어올라 서울·부산에 이어 국내 3대 마이스 도시로 자리매김했는데, 송도컨벤시아 같은 시설에 더해 바이오·반도체·스마트시티 같은 미래산업 기반이 국제회의 경쟁력으로 연결된 결과입니다. 세종에서는 한국PCO협회와 세종시문화관광재단이 손잡고 "정책·지식 마이스 도시"라는 차별화된 포지션을 다지기로 했고, 원주에서는 한국마이스협회가 ‘인센티브 전문가 양성 과정’을 열어 ‘로컬리즘’을 핵심어로 지역 인력 양성에 나섰습니다.
현장에 주는 함의 — 다음 단계는 분명하다. 친환경 운영 인증이 유치 경쟁의 변수로 들어온다. 머잖아 "이 도시의 행사가 얼마나 지속가능하게 운영되는가"가 국제기구·후원사의 평가 기준이 된다. 세종처럼 새로 출발하는 도시는 백지 상태일수록 표준 도입이 쉬워, 처음부터 친환경 운영을 도시 행사의 기본값으로 심으면 뒤늦게 고치는 비용 없이 지속가능 도시 브랜드를 세울 수 있다. 원주처럼 인력을 키우는 곳이라면 교육 과정에 행사 지속가능 운영을 정식으로 넣는 것이 출발점이다.
출처 · ICCA 2025 국제회의 개최도시 순위 / 한국PCO협회·세종시문화관광재단 / 한국마이스협회
마치며
지난 호까지의 흐름이 "다짐의 시대가 끝나고 측정의 시대가 왔다"였다면, 이번 호의 변화는 그 한 걸음 더 앞입니다. 측정한 값을 행사끼리 견줘 등급을 매기는 ‘비교의 시대’가 문을 열고 있습니다. 측정이 비교가 되고, 비교가 등급이 되며, 등급이 다시 신뢰와 거래의 조건이 되는 사슬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동시에 싱가포르·인천·세종·원주의 사례는 지속가능성이 ‘비용’에서 ‘성장 전략’으로 자리를 옮기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자기 행사의 데이터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곧 비교표의 빈칸으로 남는다는 것, 그리고 성장과 지속가능성은 별개가 아니라 같은 전략의 두 얼굴이라는 것 — 이것이 이번 호가 한국 업계에 던지는 메시지입니다.
이 글은 그린이벤트 트렌드 리포트(공개판)의 요약입니다. 각 신호의 ‘전문가 심층 분석(왜 지금인가 · 누가 이기고 지나 · 실행 방안)’은 전체 리포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