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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식·식품 박람회 (슬로푸드 격년 개최, 2024년 15회) · 이탈리아 토리노 (파르코 도라)

테라 마드레 살로네 델 구스토

Terra Madre Salone del Gusto

음식을 다루는 행사가 20년째 자기 환경 영향을 대학에 맡겨 재고 있다. 출품자와 방문객을 공동 주최자로 규정하고, 전시 좌판을 행사 뒤 다른 회사의 물류 팔레트로 넘긴 미식 박람회.

농산물이 쌓인 야외 시장 좌판

이미지는 행사 분위기를 전달하기 위한 무료 라이선스 자료 이미지(Unsplash)이며, 실제 행사 사진이 아닙니다.

GREENBOX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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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LIGHTS

핵심 성과

70.42%

2016년 판 행사장 분리배출률. 2008년 58.4퍼센트에서 12퍼센트포인트 넘게 올랐고, 토리노시 환경위생공사가 행사장 안팎의 수거를 직접 맡아 검증했다

5만 1,000리터

2016년 판에서 급수대 여섯 곳이 공급한 식수량. 페트병 생수 대신 수돗물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대체했다

2,800만~3,800만 유로

2016년 판이 토리노에 남긴 경제 효과 추정치. 토리노대학교 경영경제대학과 지역 관광기구가 함께 분석했으며 방문객 1인 평균 지출은 38유로였다

테라 마드레 살로네 델 구스토는 국제 슬로푸드 협회와 피에몬테주, 토리노시가 함께 여는 격년제 국제 미식·식품 박람회다. 1996년 살로네 델 구스토로 시작해 2004년 전 세계 먹거리 공동체가 모이는 테라 마드레가 병설됐고 2012년 두 행사가 합쳐졌으며 2016년부터 지금의 이름을 쓴다. 2024년 9월 26일부터 30일까지 열린 15회는 토리노 파르코 도라에서 진행됐고, 직전 회차 기준으로 방문객 35만 명과 117개국에서 온 대표단 3,000명, 출품자 650여 곳이 모였다. 그린이벤트 관점에서 이 행사가 참고할 만한 이유는 규모가 아니라 측정의 지속성에 있다. 주최 측은 2006년부터 저환경영향 이벤트 모델이라는 연구 사업을 붙여 회차마다 자료를 모아 왔고, 토리노공과대학 산업디자인 연구진에 이어 폴렌초 미식과학대학이 합류해 시스템 디자인 관점에서 행사 전체를 분석한다. 2008년 판에서 분석 대상 시스템 전체의 환경 영향을 45퍼센트 줄였다고 보고했고, 행사장 분리배출률은 2008년 58.4퍼센트에서 2016년 70.42퍼센트로 올랐다. 2016년 판은 급수대 여섯 곳으로 식수 5만 1,000리터를 공급해 페트병 생수를 대체했고, 종이·판지 약 17톤과 폐식용유 1.3톤을 따로 걷었다. 같은 회차가 토리노에 남긴 경제 효과는 2,800만에서 3,800만 유로로 추산됐다. 환경 성과와 지역 경제 효과를 각각 다른 대학이 같은 회차에 대해 계산해 함께 내놓는다는 점이 이 행사의 가장 큰 특징이다.

식음료 — 관람객 손에 쥐여지는 것부터 설계했다

식음료구매·조달

식음료(그린박스 06)에서 미식 행사가 마주하는 곤란은 다른 행사와 정반대다. 다른 행사에서 음식은 곁가지다. 참가자가 하루 한두 끼를 먹고 가는 부대 서비스이고, 그래서 케이터링 업체에 맡기고 나면 주최자의 손을 떠난다. 미식 박람회에서는 음식이 본체다. 수백 곳의 출품자가 저마다 시식을 내고 조리를 하고 잔을 돌린다. 하루 수만 명이 들고 다니는 접시와 잔과 냅킨의 수량이 행사 폐기물의 대부분을 결정한다. 그러니 여기서 손을 대야 할 지점은 명확한데, 문제는 그 물건을 주최자가 사는 것이 아니라 출품자 각자가 산다는 데 있다.

살로네 델 구스토가 고른 방법은 금지가 아니라 공급이었다. 행사장에서 음식을 담는 데 쓰이는 자재를 전부 생분해 소재로 정하고, 셀룰로스 펄프와 생분해성 수지로 만든 접시와 봉투와 냅킨을 소재 기업과의 협약을 통해 출품자에게 할인가로 공급했다. 출품자 입장에서 보면 규정을 지키는 쪽이 더 싸다. 무엇을 쓰지 말라고 적어 두고 현장에서 단속하는 방식과, 쓰라고 정한 물건을 더 싸게 손에 쥐여 주는 방식은 결과가 크게 다르다. 앞의 방식은 행사 기간 내내 인력이 붙어야 하고 뒤의 방식은 조달 단계에서 한 번에 끝난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대목이 소재와 수거 경로를 함께 정했다는 것이다. 퇴비화 가능한 식기는 그 자체로는 아무 감축도 만들지 못한다. 일반 쓰레기로 섞여 나가면 매립되거나 소각되고, 오히려 재활용 라인을 오염시키는 경우도 있다. 이 행사는 식기에서 나온 폐기물이 유기성 폐기물 수거 라인으로 들어가 퇴비로 만들어지도록 처리 흐름을 미리 연결해 두었다. 소재를 바꾸는 결정과 그 소재가 어디로 가는지를 정하는 결정이 같은 자리에서 내려진 것이다.

조달 쪽도 같은 방식으로 다뤄졌다. 슬로푸드가 직접 운영하는 구역, 곧 맛의 실험실과 맛의 극장, 그리고 전 세계 대표단이 먹는 테라 마드레 급식의 식자재는 별도 컨소시엄이 조달과 관리를 총괄했다. 지역 유기농 식재료를 쓰고 환경 효율이 높은 차량으로 물자를 옮기는 것이 그 컨소시엄이 내건 원칙이다. 행사장 전체의 식자재를 한 번에 통제할 수는 없으니, 주최자가 직접 책임지는 구역부터 기준을 세우고 그 기준을 눈에 보이게 만든 셈이다.

자원순환·폐기물 — 가판대 대 가판대, 세 층으로 나눈 수거

자원순환

자원순환·폐기물(그린박스 03)에서 대형 행사가 가장 흔히 쓰는 방식은 분리수거함을 많이 놓는 것이다. 놓는 것까지는 쉽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관람객은 어느 통에 넣어야 할지 모르고, 부스 상인은 영업 중에 분류할 겨를이 없으며, 주방에서 나오는 음식물은 애초에 관람객 동선의 수거함과 상관없는 곳에서 발생한다. 통을 늘려도 순도가 떨어지면 재활용 시설이 받아 주지 않고, 그러면 걷은 것 대부분이 결국 일반 폐기물로 처리된다.

이 행사가 만든 수거 체계는 세 층으로 나뉜다. 첫 번째는 수거 아일랜드다. 통만 놓아 두는 것이 아니라 자원봉사자가 그 앞을 지키면서 관람객이 올바른 통에 넣도록 돕는다. 두 번째는 가판대 대 가판대 방식이다. 출품자가 자기 부스 안에서 이미 분류해 둔 폐기물을 수거 인력이 직접 걷어 간다. 상인에게 통까지 들고 나오라고 요구하지 않고 있는 자리에서 받아 가는 구조다. 세 번째는 주방과 조리 공간에서 나오는 유기성 폐기물의 별도 수거다. 시식과 조리가 행사의 중심인 만큼 이 갈래에서 나오는 양이 가장 크고 성질도 다르기 때문에 아예 다른 경로로 뺐다.

플라스틱, 종이, 유리와 캔, 유기물, 그리고 분리할 수 없는 잔재까지 모든 갈래를 걷도록 설계했고, 이렇게 모인 물량은 재활용 시설로 옮겨진다. 전 과정은 토리노시의 환경위생공사가 감독하고 보증한다. 주최자가 자체적으로 집계한 숫자가 아니라 폐기물을 실제로 처리하는 공기업이 확인한 숫자라는 뜻이다. 지자체 축제의 친환경 성과가 발표될 때 가장 자주 비어 있는 칸이 바로 이 검증 주체다.

결과는 회차를 거듭하며 올라갔다. 2008년 판의 분리배출률이 58.4퍼센트였고 2016년 판은 70.42퍼센트에 이르렀다. 같은 회차에 종이와 판지 약 17톤을 따로 걷었는데, 주최 측은 이것이 나무 255그루와 물 740만 리터, 전기 8만 3,300킬로와트시를 아낀 것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조리 공간에서 나온 폐식용유 1.3톤도 별도로 수거했다. 축제 현장에서 폐식용유는 대개 아무도 세지 않는 항목인데, 하수로 흘러들었을 때의 오염 부하가 큰 갈래여서 따로 걷는 것만으로 효과가 분명하다.

구매·조달·공급망 — 전시 자재가 행사 뒤 다른 회사의 물류가 된다

구매·조달자원순환

구매·조달·공급망(그린박스 02)에서 행사 자재는 오래 방치돼 온 항목이다. 며칠 쓰려고 만들고 실어 오고 다시 버리는 구조가 관행으로 굳어 있고, 그 비용은 제작비와 운송비와 처리비로 나뉘어 서로 다른 예산 항목에 흩어져 있어 총액이 잘 보이지 않는다. 친환경 자재로 바꾸자는 제안이 나와도 대개 단가 비교에서 멈춘다.

살로네 델 구스토는 이 문제를 소재가 아니라 다음 주인의 문제로 풀었다. 시장 구역의 좌판과 부스, 전시 공간의 구조물은 목재 기업과 협력해 에코디자인 원칙으로 설계된 팔레트로 만들어진다. 목재는 책임 있는 산림 관리를 인증하는 두 가지 국제 표준을 받은 것을 쓰고, 기업 환경경쟁력 관련 협회의 라벨이 함께 붙는다. 여기까지는 자재를 바꾼 것에 지나지 않는다. 결정적인 부분은 그다음이다. 행사가 끝나면 이 팔레트들은 폐기되지 않고 커피 회사와 건축자재 회사로 넘어가 그 회사들의 화물 운송용 팔레트로 계속 쓰인다.

이 설계가 영리한 이유는 재사용의 부담을 주최자가 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행사 주최자가 자재를 창고에 쌓아 두고 다음 회차까지 관리하는 방식은 격년제 행사에서 특히 비용이 크다. 보관비가 들고 훼손되며 다음 회차의 배치가 달라지면 쓸 수 없다. 반면 상시로 팔레트를 쓰는 회사에 넘기면 그 물건은 곧바로 다음 용도에 들어간다. 행사 자재의 다음 생을 행사 안에서 찾지 않고 행사 밖의 산업 흐름에 연결한 것이다.

물류에도 같은 관점이 적용됐다. 슬로푸드 운영 구역의 식자재 조달과 이동은 단체급식 부문의 지속가능 발전을 다루는 컨소시엄이 맡아 환경 효율이 높은 차량으로 옮기도록 했다. 그리고 종이 홍보물 감축도 조달 항목으로 다뤄졌다. 정보의 양과 질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인쇄물을 줄이는 것이 목표였고, 관람객이 휴대전화로 슬로푸드 프레시디오 정보를 내려받을 수 있도록 큐아르 코드를 처음 도입했으며 종이 보도자료와 프레스 키트를 대폭 줄이고 전자우편과 내려받기로 옮겼다. 2010년 시점의 조치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른 편이다.

지속가능성 전략 수립 — 20년째 같은 행사를 대학이 재고 있다

지속가능성 전략

지속가능성 전략 수립(그린박스 00)에서 이 행사가 남긴 가장 큰 자산은 개별 조치가 아니라 측정을 계속했다는 사실이다. 주최 측은 2006년에 저환경영향 이벤트 모델이라는 연구 사업을 시범으로 시작했다. 첫 단계는 조치가 아니라 자료 수집과 분석이었다. 무엇을 얼마나 쓰고 얼마나 버리는지를 먼저 세고, 그 위에서 다음 회차의 설계를 고쳤다.

연구를 붙인 방식도 눈여겨볼 만하다. 처음에는 토리노공과대학의 산업디자인 연구진이 참여했고, 2010년부터 폴렌초 미식과학대학이 합류했다. 이 대학이 발전시킨 시스템 이벤트 디자인 접근은 행사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놓고 환경 발자국을 줄이는 동시에 그 행사가 지역에 남기는 경제적·문화적 가치를 함께 평가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환경만 재면 행사는 언제나 줄여야 할 것으로만 보이고, 그러면 예산 국면에서 가장 먼저 잘린다. 지역에 남는 것을 같은 틀에서 함께 세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숫자는 회차마다 쌓였다. 2008년 판에서는 분석 대상 시스템 전체의 환경 영향이 45퍼센트 줄었다고 보고했고, 2010년 판은 60퍼센트를 목표로 내걸었다. 2016년 판에서는 환경 성과와 별도로 지역 경제 효과가 계산됐다. 토리노대학교 경영경제대학이 지역 관광기구와 함께 분석한 결과 이 행사가 토리노에 남긴 경제 효과는 2,800만에서 3,800만 유로로 추산됐고, 방문객 1인당 평균 지출은 38유로, 호텔 객실 가동률은 평균 객실료 115유로에 85퍼센트, 공항 이용객은 직전 회차인 2014년 대비 30퍼센트 늘었다. 같은 회차에 자원봉사자 1,150명이 참여했다.

2010년 보도자료에 담긴 문장 하나가 이 사업의 성격을 잘 보여 준다. 출품자와 방문객을 처음으로 공동 주최자로 부르면서, 그들의 행동이 행사 시스템 전체의 환경 영향 감축을 결정한다고 명시한 대목이다. 관람객을 캠페인의 대상이 아니라 성과의 변수로 규정한 것인데, 이렇게 적어 두면 다음 설계가 달라진다. 안내 문구를 몇 장 더 붙일 것인지가 아니라, 관람객이 올바른 선택을 하기 쉬운 동선과 설비를 어디에 둘 것인지가 과제가 된다.

행사 장소 — 옛 제철소 부지에서 여는 미식 축제

행사 장소

행사 장소(그린박스 01)에서 이 행사의 이력은 그 자체로 하나의 사례다. 1996년부터 오랫동안 링고토 전시장이라는 실내 컨벤션 시설에서 열렸다. 2016년 판에서는 아예 실내를 벗어나 발렌티노 공원과 왕궁, 극장 등 토리노 도심 곳곳으로 흩어져 무료로 열렸고, 이 회차의 방문객이 75만에서 100만 명으로 집계됐다. 다만 여러 곳으로 분산된 방식에 대해서는 아름답지만 지나치게 흩어졌다는 출품자 쪽 평가도 함께 남았다. 그리고 2022년부터 파르코 도라에 자리를 잡았다.

파르코 도라는 옛 산업 부지를 재생해 만든 도시공원이다. 제철 시설이 있던 자리를 시민이 쓸 수 있는 공간으로 되돌린 결과물이고, 거대한 철골 기둥과 지붕 구조가 그대로 남아 있어 그 아래가 자연스럽게 넓은 지붕 공간이 된다. 미식 박람회의 무대로 이 조건은 여러 겹으로 유리하다. 임시 텐트를 새로 세우지 않고도 비와 볕을 가릴 수 있으니 설치 자재와 반입 차량이 줄고, 야외이면서 실내 전시장의 이점을 일부 가져올 수 있다. 도심 안에 있어 대중교통으로 닿는다는 점도 크다.

여기서 국내 현장에 옮길 만한 대목은 재생 공간을 골랐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고른 이유다. 상징성만 보고 산업 유산 부지를 쓰면 대개 급수와 배수, 전력, 배리어프리 동선에서 문제가 생긴다. 파르코 도라가 미식 행사의 무대로 기능하는 것은 이 부지가 공원으로 정비되는 단계에서 이미 시민 이용을 전제로 기반 설비를 갖췄기 때문이다. 행사장의 지속가능성은 행사 기획 단계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그 장소가 만들어지는 단계에서 상당 부분 결정된다.

행사의 성격과 장소의 서사가 맞물린다는 점도 짚어 둘 만하다. 좋고 깨끗하고 공정한 먹거리를 내걸고 전 세계 소농과 어민과 장인이 모이는 자리를, 산업 생산의 상징이던 부지를 되살린 공원에서 연다. 2024년 9월 26일부터 30일까지 열린 15회는 인간과 자연 사이에 지배가 아닌 관계에 바탕을 둔 새로운 동맹을 만들자는 주제를 내걸었고, 직전 회차 기준으로 방문객 35만 명과 117개국 대표단 3,000명, 출품자 650여 곳이 참여했다. 장소가 주제를 설명해 주는 구조는 홍보 문구를 여러 장 붙이는 것보다 강하게 작동한다.

SOURCES

근거·출처

아래 링크는 새 창에서 열립니다. 수치·사실은 각 출처를 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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