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음료 — 관람객 손에 쥐여지는 것부터 설계했다
식음료(그린박스 06)에서 미식 행사가 마주하는 곤란은 다른 행사와 정반대다. 다른 행사에서 음식은 곁가지다. 참가자가 하루 한두 끼를 먹고 가는 부대 서비스이고, 그래서 케이터링 업체에 맡기고 나면 주최자의 손을 떠난다. 미식 박람회에서는 음식이 본체다. 수백 곳의 출품자가 저마다 시식을 내고 조리를 하고 잔을 돌린다. 하루 수만 명이 들고 다니는 접시와 잔과 냅킨의 수량이 행사 폐기물의 대부분을 결정한다. 그러니 여기서 손을 대야 할 지점은 명확한데, 문제는 그 물건을 주최자가 사는 것이 아니라 출품자 각자가 산다는 데 있다.
살로네 델 구스토가 고른 방법은 금지가 아니라 공급이었다. 행사장에서 음식을 담는 데 쓰이는 자재를 전부 생분해 소재로 정하고, 셀룰로스 펄프와 생분해성 수지로 만든 접시와 봉투와 냅킨을 소재 기업과의 협약을 통해 출품자에게 할인가로 공급했다. 출품자 입장에서 보면 규정을 지키는 쪽이 더 싸다. 무엇을 쓰지 말라고 적어 두고 현장에서 단속하는 방식과, 쓰라고 정한 물건을 더 싸게 손에 쥐여 주는 방식은 결과가 크게 다르다. 앞의 방식은 행사 기간 내내 인력이 붙어야 하고 뒤의 방식은 조달 단계에서 한 번에 끝난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대목이 소재와 수거 경로를 함께 정했다는 것이다. 퇴비화 가능한 식기는 그 자체로는 아무 감축도 만들지 못한다. 일반 쓰레기로 섞여 나가면 매립되거나 소각되고, 오히려 재활용 라인을 오염시키는 경우도 있다. 이 행사는 식기에서 나온 폐기물이 유기성 폐기물 수거 라인으로 들어가 퇴비로 만들어지도록 처리 흐름을 미리 연결해 두었다. 소재를 바꾸는 결정과 그 소재가 어디로 가는지를 정하는 결정이 같은 자리에서 내려진 것이다.
조달 쪽도 같은 방식으로 다뤄졌다. 슬로푸드가 직접 운영하는 구역, 곧 맛의 실험실과 맛의 극장, 그리고 전 세계 대표단이 먹는 테라 마드레 급식의 식자재는 별도 컨소시엄이 조달과 관리를 총괄했다. 지역 유기농 식재료를 쓰고 환경 효율이 높은 차량으로 물자를 옮기는 것이 그 컨소시엄이 내건 원칙이다. 행사장 전체의 식자재를 한 번에 통제할 수는 없으니, 주최자가 직접 책임지는 구역부터 기준을 세우고 그 기준을 눈에 보이게 만든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