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기후 — 고탄소 행사가 스스로를 깎는 법
지속가능한 행사 사례는 자칫 '원래부터 친환경인 행사'로 쏠리기 쉽다. 재생에너지 페스티벌, 전기 모터스포츠(포뮬러 E), 도보·자전거 중심 행사처럼 태생이 저탄소인 경우다. 그러나 현실의 대다수 행사는 그렇지 않다 — 무대 조명과 임시 발전기가 돌아가고, 관객이 몰려들고, 소모품이 쏟아진다. 그래서 국내 기획자에게 더 쓸모 있는 질문은 "어떻게 하면 완벽하게 친환경이 되나"가 아니라 **"고탄소 행사가 어떻게 배출 곡선을 아래로 꺾는가"**이다. F1 싱가포르 그랑프리가 흥미로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행사는 2008년 시작된 F1 최초의 야간 레이스이자 도심 시가지(마리나베이) 서킷으로, '내연기관 자동차 경주'라는 정체성 자체가 고탄소다. 경주차의 배기를 없앨 수는 없다. 대신 주최 측이 손댄 것은 **'행사를 여는 데 드는 배출'**, 즉 관중 경험 구역의 운영 배출이다. 주최 측 집계에 따르면 이 운영 배출(tCO2e)은 2022년 기준 대비 2024년 40.6% 줄었고, 특히 직접·간접 배출인 Scope 1·2는 40.1% 감축해 2025년 목표(26%)를 예정보다 앞당겨 넘겼다. 2024년은 전년 대비로도 25.2% 줄었다.
여기서 반드시 짚어야 할 정직한 대목이 있다 — 이 수치는 경주차의 연소 배출이나 관객의 항공 이동까지 포함한 '행사 전체 탄소발자국'이 아니라, 주최자가 직접 통제하는 운영 영역의 배출이다. 그럼에도 의미가 있는 이유는, 감축의 출발점이 언제나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경계를 정하고 측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배출을 부정하거나 상쇄 크레딧으로 덮는 대신, 기준연도(2022)를 잡고 자기 몫부터 숫자로 줄여 온 태도가 이 사례의 핵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