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enevent

국제 종합 스포츠 대회 (팬아메리칸 39종목 · 파라팬아메리칸 17종목) · 칠레 산티아고 (4개 주 19개 코무나, 경기장 41곳)

산티아고 2023 팬아메리칸·파라팬아메리칸 게임

Santiago 2023 Pan American and Parapan American Games

선수촌을 1,355세대 사회주택으로 설계해 짓고, 대회가 끝난 반년 뒤 대통령이 열쇠를 나눠줬다. 파라 선수 본인도 입주자 명단에 있었다. 시설의 사후 용도를 먼저 정하고 그 용도에 맞춰 지은 대회.

발코니가 늘어선 중층 주거동의 외벽

이미지는 행사 분위기를 전달하기 위한 무료 라이선스 자료 이미지(Unsplash)이며, 실제 행사 사진이 아닙니다.

GREENBOX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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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LIGHTS

핵심 성과

1,355세대

선수촌으로 쓰인 뒤 사회주택으로 인도된 세리요스 아파트 세대 수. 대회 숙소가 아니라 주거긴급계획의 주택 공급 물량으로 먼저 설계됐다

64헥타르

대회 후 시민에게 개방된 국립경기장 스포츠파크 면적. 녹지 10헥타르와 자전거·조깅 코스 5.3킬로미터를 포함하며 남미 최대 규모의 도시형 스포츠파크로 소개됐다

80% 이상

대회 기간 발생이 예상된 폐기물 약 303톤 가운데 자원화를 목표로 삼은 비율. 경기장·훈련장·비경기 시설에 그린포인트 56개소를 뒀다(주최 측 계획)

산티아고 2023은 2023년 10월 20일부터 11월 5일까지 팬아메리칸 게임을, 11월 17일부터 26일까지 파라팬아메리칸 게임을 칠레 산티아고 일대에서 연 남미 최대 규모의 종합 스포츠 대회다. 4개 주 19개 코무나에 걸친 경기장 41곳에서 선수 9,000여 명이 겨뤘고, 자원봉사자 1만 7,000여 명과 관중 100만 명가량이 함께했다. 그린이벤트 관점에서 이 대회가 참고할 만한 이유는 시설 계획의 순서를 뒤집었다는 데 있다. 보통은 대회 요구사항에 맞춰 짓고 나서 사후 활용처를 찾는다. 산티아고는 사후 용도를 먼저 확정하고 그 용도에 맞춰 지었다. 선수촌은 처음부터 주거긴급계획의 사회주택 1,355세대로 설계됐고, 대회가 끝난 뒤인 2024년 5월 24일 보리치 대통령이 참석한 자리에서 입주가 시작됐다. 열쇠를 받은 사람 중에는 파라 테니스 선수 타마라 레오넬리와 스피드스케이터 에마누엘레 실바처럼 주거 지원 요건을 충족한 선수들도 있었다. 선수촌에 들어갔던 가구는 2024년 2월 발파라이소 산불 이재민에게 전량 기증됐다. 국립경기장 일대는 64헥타르 규모의 스포츠파크로 정비돼 대회 후 시민에게 열렸고, 이동은 전력의 100퍼센트를 재생에너지로 인증받은 산티아고 메트로와 전기버스 위에 얹었다. 폐기물은 그린포인트 56개소를 통해 80퍼센트 이상을 자원화하는 계획이 세워졌고, 조직위는 이 대회를 팬아메리칸 게임 사상 처음으로 GRI 기준에 따라 환경 영향을 보고한 대회로 소개했다.

행사 장소 — 사후 용도를 먼저 정하고 지었다

행사 장소지속가능성 전략

행사 장소(그린박스 01)에서 대형 대회가 반복하는 실패의 구조는 늘 같다. 대회 요구사항이 먼저 있고, 시설은 그 요구사항을 충족하도록 지어지며, 사후 활용은 대회가 끝난 뒤에 찾는다. 순서가 이렇게 놓이면 사후 활용은 언제나 사후에 붙이는 변명이 된다. 관중석 수만 석짜리 시설을 지어 놓고 대회가 끝난 다음에 이 시설을 무엇에 쓸지 고민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답이 나올 리 없다. 애초에 그 규모를 필요로 하는 일상 수요가 그 도시에 없기 때문에 대회용으로 지은 것이다.

산티아고 2023은 이 순서를 뒤집었다. 대회는 4개 주 19개 코무나에 흩어진 경기장 41곳을 썼는데, 신설 비중이 큰 국립경기장 일대에 대해 조직위와 칠레 정부가 먼저 합의한 것은 대회 요구사항이 아니라 대회 이후의 용도였다. 국립경기장 주변 64헥타르를 스포츠파크로 정비하되, 그 안에 들어갈 시설은 대회가 끝난 뒤 생활체육 시설로 그대로 쓰일 수 있는 규격과 배치로 짓는다는 것이다. 총 투자액은 약 1억 4,700만 달러로, 이 가운데 1억 2,200만 달러가 9개 경기 시설에, 2,500만 달러가 공원 자체에 들어갔다.

공원에 들어간 2,500만 달러가 이 사례의 핵심이다. 경기 시설 예산이 아니라 공원 예산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녹지 10헥타르, 자전거와 조깅을 위한 5.3킬로미터 순환 코스, 하키·격투기·패럴림픽 종목·구기·수상·육상·테니스·라켓 종목·스케이팅 훈련센터와 도시형 스포츠 광장이 배치됐다. 이것들은 대회 기간에 훈련장으로 쓰이지만 설계 기준은 대회가 아니라 평상시 시민 이용이었다. 대회가 끝난 뒤 칠레 국립체육원은 대회에 쓰인 16개 시설에서 150개 생활체육 강좌를 열었다.

규모를 비교해 보면 이 결정의 성격이 더 분명해진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올림픽파크가 35헥타르, 리마의 국립스포츠빌리지가 20헥타르인 데 비해 산티아고는 64헥타르다. 남미에서 가장 큰 도시형 스포츠파크가 됐다. 다만 여기서 읽어야 할 것은 면적의 크기가 아니다. 같은 돈으로 경기장 한 동을 더 크게 지을 수도 있었는데 그 돈의 상당 부분을 대회 기간에는 아무 기능도 하지 않는 녹지와 산책로에 썼다는 배분의 방향이다. 대회 기간의 성능이 아니라 대회 이후 20년의 이용률을 기준으로 예산을 나눈 결과다.

한국의 행사 실무로 옮기면 이 순서는 그대로 적용 가능하다. 새 시설이 필요한 행사를 기획할 때 사업계획서에 사후 활용 계획을 한 장 붙이는 것과, 사후 활용 주체가 설계 단계부터 발주처와 함께 앉아 규격을 정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앞의 것은 문서고 뒤의 것은 설계 조건이다. 사후 활용 계획이 설계 조건으로 바뀌지 않으면 그 문서는 준공과 동시에 효력을 잃는다.

선수촌 — 숙소가 아니라 주택 공급 사업으로 발주했다

행사 장소지속가능성 전략

선수촌은 이 대회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결정이다. 산티아고 서남부 세리요스에 지은 빌라 파나메리카나는 6층에서 17층까지 17개 동, 전용 32제곱미터에서 52제곱미터 사이의 1,355세대로 구성됐다. 대회 기간에는 선수단 숙소로 쓰였고, 그 다음에는 사회주택이 됐다.

정확히 말하면 순서가 반대다. 이 단지는 처음부터 칠레 정부의 주거긴급계획, 즉 전국 26만 호(수도권 8만 1,155호) 공급 목표를 가진 주택 사업의 일부로 발주됐다. 그 사업 일정 위에 대회 일정이 얹힌 것이다. 그래서 세대 평면이 선수 숙소가 아니라 가구 주거 기준으로 짜였고, 장애인 세대가 별도로 포함됐으며, 어린이 놀이터·체육시설·공공서비스 창구·세리요스 메트로역까지 이어지는 보행로가 단지 계획에 들어갔다. 대회를 위해 만든 것을 나중에 주택으로 개조한 것이 아니라, 주택을 짓는 일정 중간에 대회가 잠시 빌려 쓴 구조다.

대회가 끝난 뒤인 2024년 5월 24일, 보리치 대통령이 참석한 인도식에서 1,355세대의 열쇠가 전달됐다. 이 자리에서 열쇠를 받은 사람 가운데는 파라 테니스 선수 타마라 레오넬리와 스피드스케이터 에마누엘레 실바가 있었다. 두 사람은 주거 지원 요건을 충족한 입주자였다. 반년 전 자신이 선수로 묵었던 그 단지에 이번에는 주민으로 들어간 것이다. 이 장면은 상징으로도 강하지만, 실무적으로는 대회 조직위와 주택 당국이 같은 사업 안에서 움직이지 않았다면 성립할 수 없는 일이다. 부처 간 사업이 실제로 한 사업으로 묶여 있었다는 증거에 가깝다.

가구도 남기지 않았다. 2024년 2월 발파라이소 일대를 덮친 산불 이후, 선수촌에 들어갔던 가구 일체가 이재민 가정에 기증됐다. 대형 행사가 단기간 쓰고 버리는 물품 가운데 부피와 금액이 가장 큰 항목이 침대와 수납장 같은 숙소 가구다. 행사 조달 단계에서 이 물량의 사후 행선지를 미리 정해 두면 폐기물이 아니라 자산이 된다. 반대로 정해 두지 않으면 대회 종료 직후 창고 임대료와 처분 비용이 동시에 발생한다.

행사 기획 실무에서 이 사례가 던지는 질문은 하나다. 우리가 지금 짓거나 빌리는 이 시설의 다음 사용자가 누구인지 이름을 댈 수 있는가. 이름을 댈 수 없다면 그것은 사후 활용 계획이 아니라 희망이다.

교통·이동 — 이미 탈탄소된 인프라 위에 대회를 얹기

교통·이동탄소·기후

탄소·기후(그린박스 07)에서 종합 대회의 배출은 대부분 이동에서 나온다. 그런데 조직위가 통제할 수 있는 이동은 전체의 일부다. 관중과 선수단의 국제선 항공은 조직위 손 밖에 있다. 조직위가 실제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은 도시 안에서의 이동, 즉 숙소와 경기장을 무엇으로 잇느냐다.

산티아고 2023이 이 지점에서 한 선택은 새 셔틀 체계를 만드는 대신 도시가 이미 갖고 있던 저탄소 인프라를 쓰는 것이었다. 선수촌 위치를 세리요스로 정한 것 자체가 그 결정이다. 세리요스는 메트로 6호선이 지나는 지역이고, 단지에서 역까지 보행로가 연결됐다. 개회식 때는 선수 5,000명 이상이 6호선을 타고 이동했다. 대회 조직위가 별도 차량을 편성한 것이 아니라 도시의 지하철에 선수단을 태운 것이다.

이 선택의 탄소 효과는 산티아고 메트로의 전력 구성에서 나온다. 메트로 산티아고는 2023년 I-REC 인증을 통해 전력의 100퍼센트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고 있음을 확인받았고, 2025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삼았다. 즉 선수 5,000명의 개회식 이동은 사실상 배출이 붙지 않는 이동이었다. 지상 교통도 사정이 비슷하다. 산티아고의 RED 버스는 2023년 기준 약 7,400대 가운데 20퍼센트 남짓이 전기버스로, 중국 도시들을 제외하면 세계에서 가장 큰 전기버스 선단으로 꼽힌다.

여기서 얻을 교훈은 자칫 오해되기 쉽다. 산티아고가 잘한 것은 전기버스를 산 것이 아니다. 그건 도시가 대회와 무관하게 이미 하고 있던 일이다. 조직위가 잘한 것은 선수촌 부지를 고를 때 지하철 노선을 기준으로 골랐다는 것, 그리고 이동 계획을 자체 차량 대신 도시 교통망 위에 설계했다는 것이다. 행사의 이동 배출은 차량을 무엇으로 바꾸느냐보다 어디에 무엇을 놓느냐에서 대부분 결정된다. 부지 선정 회의는 대개 임대료와 면적을 놓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 회의에서 그 행사의 이동 배출량 대부분이 확정된다.

자원순환·조달 — 303톤을 어디로 보낼지 미리 정하기

자원순환구매·조달

자원순환(그린박스 03)에서 행사가 흔히 놓치는 것은 분리 배출이 아니라 행선지다. 현장에 분리 수거함을 잘 배치해도 그 뒤에 실려 나간 물량이 어디로 가는지 확인하지 않으면 회수율은 서류상의 숫자로 남는다.

조직위는 대회 기간 발생할 폐기물을 약 303톤으로 잡고, 이 가운데 80퍼센트 이상을 자원화하는 계획을 세웠다. 경기장과 훈련장, 비경기 시설에 그린포인트 56개소를 두고 폐기물 관리 전문 업체를 전략 파트너로 지정했다. 여기까지는 다른 대회에서도 흔한 구성이다.

차이는 조달 조건에 있었다. 칠레는 생산자에게 회수·재활용 책임을 지우는 확대생산자책임 제도를 두고 있고, 조직위는 이를 대회 공급 계약에 끌어들여 납품업체가 자기가 발생시킨 폐기물의 종류와 최종 행선지를 신고하도록 요구했다. 구매·조달(그린박스 02)과 자원순환(그린박스 03)을 한 조항으로 묶은 것이다. 이렇게 하면 폐기물 관리 책임이 행사 종료 시점에 조직위로 한꺼번에 넘어오지 않고, 물건을 들여온 각 공급사에 분산된 채로 남는다.

한국 행사에 옮길 때 이 구조는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입찰 공고문과 계약서에 납품 물품의 회수·처리 책임과 최종 처리처 보고 의무를 한 줄 넣는 것으로 시작할 수 있다. 실무에서 어려운 부분은 조항을 쓰는 일이 아니라 신고를 받아 대조하는 일이다. 그래서 이 조항은 정산 절차와 묶어야 작동한다. 최종 처리처 보고가 들어와야 잔금이 나가는 구조가 아니면, 그 조항은 계약서에만 남는다.

접근성 — 파라팬을 부속 행사로 두지 않는다

접근성

접근성(그린박스 08)에서 종합 대회가 시험받는 지점은 파라 대회를 어떻게 다루느냐다. 팬아메리칸 게임과 파라팬아메리칸 게임은 2주 남짓 간격을 두고 같은 시설에서 연달아 열린다. 이때 두 대회를 별개 사업으로 보면 파라 대회는 본 대회가 끝난 시설에 임시 경사로를 덧대는 후속 작업이 되고, 하나의 사업으로 보면 시설 설계 기준 자체가 바뀐다.

산티아고 2023은 뒤쪽을 택했다. 41개 경기장 가운데 두 곳은 파라팬아메리칸 게임 전용으로 배정됐고, 나머지 시설은 두 대회를 함께 치르는 조건으로 준비됐다. 접근성 자문사가 설계 단계부터 참여해 경사로와 엘리베이터, 촉지 유도로, 감각 정보를 담은 안내 사인을 반영했다. 조직위가 밝힌 목표 표현이 특히 참고할 만한데, 접근성을 특별한 배려로 다루는 대신 스포츠 건축과 도시 프로젝트에서 접근성을 정상적인 요건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접근성을 예외에서 기본값으로 옮기겠다는 뜻이다.

시설 밖에서도 같은 논리가 적용됐다. 대회 준비 과정에서 산티아고 시내 버스 정류장 37곳이 접근성과 안내 표기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정비됐다고 보도됐다. 경기장 안의 접근성만 갖추면 관람객은 정류장에서 막힌다. 파라 대회를 치르는 도시가 손봐야 할 것은 관람석보다 그 앞의 300미터인 경우가 많다.

앞서 본 선수촌 이야기와도 이어진다. 빌라 파나메리카나에 장애인 세대가 포함돼 있었고, 파라 테니스 선수가 그 단지의 입주자가 됐다. 파라 대회를 위해 만든 접근성 설비가 대회 후 철거되지 않고 누군가의 집으로 남은 것이다. 접근성 예산이 운영비가 아니라 설비 투자로 쓰였을 때 어떤 모양이 되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측정 — 대학 12곳을 붙인 이유

지속가능성 전략탄소·기후

지속가능성 전략(그린박스 CORE)에서 마지막 관문은 늘 검증이다. 조직위가 스스로 세운 목표를 조직위가 스스로 평가하면 그 보고서는 성과 홍보물과 구분되지 않는다.

산티아고 2023은 두 가지 장치를 뒀다. 하나는 보고 기준이다. 조직위는 이 대회를 팬아메리칸 게임 사상 처음으로 GRI 기준에 따라 환경 영향을 보고한 대회로 소개했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지속가능성 보고 표준을 쓰면 항목을 임의로 고르거나 불리한 지표를 빼기가 어려워진다. 다른 하나는 외부 연구다. 칠레의 대학 12곳이 대회와 관련해 25건의 공동 연구를 수행했고, 그중 콘셉시온대학교 환경과학센터(EULA)는 경기 지역의 동식물상을 조사했다. 조직위 바깥의 연구자가 자기 이름으로 데이터를 내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두 장치의 공통점은 평가 권한을 조직 밖으로 내보냈다는 것이다. 행사 지속가능성 보고서가 신뢰를 얻지 못하는 이유는 대개 데이터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 데이터를 만든 주체와 평가한 주체가 같아서다. 규모가 작은 행사라도 이 원리는 그대로 적용된다. 지역 대학 한 곳, 환경단체 한 곳과 사전에 측정 항목을 합의하고 결과를 그쪽 이름으로 공개하는 것만으로도 보고서의 성격이 달라진다.

한계와 함께 볼 것

지속가능성 전략

이 사례를 참고할 때 함께 놓아야 할 조건이 세 가지 있다.

첫째, 이 대회가 내건 탄소중립은 칠레와 라틴아메리카에서 이 규모로는 처음이라는 주최 측 표현이며, 대회가 끝난 뒤 산정 방법과 상쇄 내역을 담은 검증 보고가 널리 공개된 것은 확인되지 않는다. 폐기물 80퍼센트 자원화 역시 대회 전에 세운 목표치이고, 실적치가 같은 수준으로 공표됐는지는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목표를 세운 것과 달성을 검증받는 것은 다른 단계다.

둘째, 선수촌의 사회주택 전환은 결과적으로 성립했지만 잡음이 없지는 않았다. 입주 이후 일부 주민들이 시공 하자를 이유로 개발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보도됐다. 대회 일정에 맞춰 준공 시점을 못 박는 사업에서 시공 품질 관리가 어떤 압력을 받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사후 용도를 먼저 정하는 방식이 옳다는 것과, 그 방식이면 저절로 잘 지어진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셋째, 이동 배출의 상당 부분은 칠레 정부와 산티아고시가 대회와 무관하게 오래 투자해 온 메트로 전력 전환과 전기버스 도입 덕분이다. 도시의 인프라 수준이 낮은 곳에서는 같은 이동 계획을 세워도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다만 그렇기 때문에 부지 선정 단계에서 기존 대중교통망을 기준으로 삼는 판단은 오히려 더 중요해진다. 인프라가 부족한 도시일수록 무엇을 어디에 놓느냐가 배출량을 더 크게 흔든다.

이 세 가지를 감안하고 보면 산티아고 2023에서 옮겨 쓸 수 있는 핵심은 하나로 좁혀진다. 시설과 물품의 다음 사용자를 계약 이전에 확정하는 것. 선수촌의 다음 사용자는 입주 가정이었고, 가구의 다음 사용자는 산불 이재민이었으며, 훈련센터의 다음 사용자는 생활체육 수강생이었다. 이 명단이 미리 있었기 때문에 대회가 끝난 뒤 처분해야 할 것이 그만큼 줄었다.

SOURCES

근거·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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