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 ‘탄소 절반’을 결과가 아니라 출발선의 예산으로 삼다
지속가능성 전략(그린박스 00)에서 메가 이벤트가 가장 자주 실패하는 지점은 순서다. 대개는 경기장을 다 짓고, 급식과 물류를 다 돌린 뒤에야 “우리가 얼마나 배출했나”를 집계한다. 그때는 이미 되돌릴 수 없다 — 지속가능성이 행사의 사후 회계가 되어 버린다.
파리 2024는 이 순서를 뒤집었다. 대회를 기획하는 단계에서 ‘탄소 예산(carbon budget)’을 먼저 정하고 — 이전 대회의 절반 수준인 약 158만 톤을 상한으로 잡고 — 그 한도 안에 들어오도록 베뉴·조달·급식·교통을 거꾸로 설계했다. 다시 말해 ‘줄이면 좋은 목표’가 아니라 ‘초과하면 안 되는 제약’으로 탄소를 다뤘다. 이 발상의 힘은, 지속가능성이 홍보팀의 언어가 아니라 예산팀·시설팀의 언어가 된다는 데 있다. 예산에 상한이 있으면 조직 전체가 그 상한을 기준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기 때문이다. 파리는 이 원칙을 ‘덜 쓰고, 더 잘 쓰고, 더 오래 쓴다(less, better, for longer)’는 한 줄로 압축해 모든 부서가 같은 잣대로 판단하게 했다. 화려한 선언보다, 모두가 공유하는 하나의 숫자와 하나의 원칙이 조직을 움직인 사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