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 출범 첫날부터 넷제로, 채점은 남에게 맡긴다
지속가능성 전략(그린박스 00)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신기술 도입이 아니라 '검증 가능한 약속'이다. 대부분의 스포츠·행사가 "언젠가 탄소중립"을 선언한 뒤 상쇄 크레딧으로 숫자를 맞추는 데 반해, 포뮬러 E는 2014년 첫 시즌부터 매 시즌의 배출량을 전량 상쇄해 왔고, 2020년 세계 최초로 '창설 시점부터 넷제로 카본(net zero carbon since inception)'을 제3자 인증받았다. 상쇄에 쓰는 크레딧도 VCS(검증탄소표준)·CDM(청정개발체제)·골드스탠더드 등 UN 교토의정서 규정을 따르는 인증 크레딧으로만 한정했다.
더 중요한 것은 채점을 스스로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포뮬러 E는 모터스포츠에서 유일하게 ISO 20121(이벤트 지속가능경영 시스템) 인증을 받았고, 이후 영국표준협회(BSI)의 넷제로 경로 인증, 탄소중립 국제규격 PAS 2060 정합까지 더했다. 탄소·기후(그린박스 07)의 정석인 '측정 → 감축 → 그래도 남는 것만, 그것도 인증된 방식으로 상쇄'라는 순서를, 하나의 종목이 통째로 시연하고 있는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