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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패션위크 (연 2회 시즌 쇼·프레젠테이션) · 덴마크 코펜하겐

코펜하겐 패션위크

Copenhagen Fashion Week

지속가능성을 ‘잘한 참가자에게 주는 상’이 아니라 ‘못 지키면 못 들어오는 문턱’으로 바꾼 행사. 19개 최소기준을 통과해야만 공식 스케줄에 이름을 올릴 수 있고, 심사는 주최 측이 아니라 외부 위원회가 한다. 베를린과 런던이 같은 문장을 베껴 쓰기 시작했다.

염색하지 않은 원단이 두루마리로 겹겹이 쌓여 있는 모습

이미지는 행사 분위기를 전달하기 위한 무료 라이선스 자료 이미지(Unsplash)이며, 실제 행사 사진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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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LIGHTS

핵심 성과

19개 조항

공식 스케줄 참가의 필수 조건인 최소기준. 6개 영역(전략·디자인·소재·노동조건·소비자 소통·쇼 프로덕션)에 걸쳐 있고 외부 심사위원회(람볼 주관)가 검토한다

60%

컬렉션 중 인증 소재·우선순위 소재·데드스톡이어야 하는 최소 비율(MS 7). 단 SS27 시즌은 업계의 소재 분류 기준 불일치를 이유로 적용이 일시 유예됐다

34개

2026년 8월 3~7일 열리는 SS27(20주년) 공식 스케줄의 쇼·프레젠테이션 수

코펜하겐 패션위크는 2026년 8월 3~7일 SS27 시즌으로 20주년을 맞았고, 공식 스케줄에는 34개의 쇼·프레젠테이션이 오른다. 이 행사가 그린이벤트 관점에서 특별한 이유는 지속가능성을 참가자에게 권유하지 않고 참가 자격으로 못 박았기 때문이다. 2023년 1월부터 공식 쇼·프레젠테이션 스케줄에 오르려는 모든 브랜드는 6개 영역 19개 ‘최소기준(Minimum Standards)’을 충족해야 하며, 제출 서류는 엔지니어링 컨설팅사 람볼(Rambøll)이 주관하는 외부 심사위원회가 검토한다. 기준의 내용도 선언적이지 않다 — 컬렉션의 최소 60%를 인증 소재·우선순위 소재·데드스톡으로 채울 것, 팔리지 않은 옷과 샘플을 폐기하지 말 것, 모피·야생동물 가죽·깃털을 쓰지 말 것, 쇼 무대에 일회용 소품을 쓰지 말고 렌털을 우선하며 렌털이 아닌 소품은 두 번째 쓰임새를 찾아 둘 것. 여기에 ‘주최 측의 기후 활동에 참여할 것’까지 조항으로 들어가 있다. 다만 이 체계는 인증이 아니라 스크리닝이고 상당 부분이 자기보고에 의존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으며, 2025년에는 덴마크 소비자 옴부즈만의 그린워싱 조사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베를린 패션위크가 2026년 2월부터 이 체계를 전면 도입했고 런던의 신인 육성 프로그램도 뒤를 따르면서, ‘참가 자격으로서의 지속가능성 기준’은 한 도시의 실험에서 업계의 공통 문법으로 옮겨 가고 있다.

전략 — 권유가 아니라 자격 요건으로

지속가능성 전략

지속가능성 전략(그린박스 00)에서 대부분의 행사가 막히는 지점은 ‘구속력’이다. 원칙은 세운다. 가이드라인도 만든다. 그런데 그 문서를 참가자·입점사·협력사에게 어떻게 강제할 것인가에서 대개 멈춘다. 결국 지속가능성은 잘한 참가자에게 주는 상(賞)이나 권장 사항으로 남고, 지키지 않아도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코펜하겐 패션위크는 이 순서를 뒤집었다. 2023년 1월부터 공식 쇼·프레젠테이션 스케줄에 오르려는 모든 브랜드는 19개 ‘최소기준(Minimum Standards)’을 충족해야 한다. 충족하지 못하면 무대에 서지 못한다. 지속가능성이 참가 이후의 권유가 아니라 참가 이전의 자격 요건이 된 것이다. 2026년 8월 3~7일 열리는 SS27 시즌은 이 행사의 20주년으로, 34개의 쇼·프레젠테이션이 공식 스케줄에 올랐다.

기준의 구조도 눈여겨볼 만하다. 19개 조항은 여섯 영역에 나뉘어 있다 — 전략 방향(MS 1~2), 디자인(MS 4~5), 스마트한 소재 선택(MS 6~9), 노동조건(MS 10~12), 소비자 소통(MS 13~15), 그리고 쇼 프로덕션(MS 16~19). 여기에 87개의 ‘추가 실천 항목(Additional Actions)’이 선택적 자가진단으로 붙는다. 즉 ‘반드시 지켜야 하는 선’과 ‘더 하면 좋은 것’이 명확히 분리돼 있다. 이 분리가 없으면 기준은 길어질수록 흐려진다. 참가자는 어디까지가 의무이고 어디부터가 권장인지 모른 채 전체를 권장으로 읽어 버린다.

첫 조항(MS 1)이 “환경과 사회를 모두 포괄하는, 공식 승인된 지속가능성 전략을 갖고 있을 것”이라는 점도 시사적이다. 개별 실천을 묻기 전에 그 실천을 낳는 구조가 조직 안에 있는지부터 확인한다. 그린박스 00이 다른 모든 그린박스보다 앞서는 이유를 그대로 조항으로 옮겨 놓은 셈이다.

구매·조달 — 소재 목록과 ‘60% 규칙’

구매·조달

구매·조달(그린박스 02)은 행사 주최자가 가장 통제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실제로 물건을 사는 주체가 주최자가 아니라 참가사·협력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행사는 “친환경 제품을 권장합니다”라는 문장에서 멈춘다.

코펜하겐 패션위크는 이 영역에 네 개의 조항을 배치했다. MS 6은 ‘우선순위 소재 목록(preferred materials list)’을 갖출 것을 요구한다. MS 7은 “컬렉션의 최소 60%가 인증 소재이거나 우선순위 소재 또는 데드스톡 원단일 것”을 요구한다. MS 8은 EU REACH 규정에 따른 제한물질 목록과 공급업체 준수를 확인할 시험 프로그램을 요구한다. MS 9는 “컬렉션에 신생 모피, 야생동물 가죽, 깃털을 쓰지 않을 것”을 요구한다.

여기서 실무적으로 배울 점은 조항의 순서다. 목록을 먼저 만들게 하고(MS 6), 그다음에 비율을 요구한다(MS 7). 비율만 먼저 요구하면 참가자는 무엇이 그 비율에 들어가는지를 각자 유리하게 해석한다. 기준을 만드는 쪽이 정의를 먼저 세우게 하고, 그 정의 위에서 숫자를 요구하는 방식이 검증 가능한 조달 기준의 최소 조건이다.

그리고 이 사례는 그 어려움도 함께 보여 준다. SS27 시즌에는 소재 관련 조항인 MS 6·7의 적용이 일시적으로 유예됐다. 이유는 업계 전반에서 소재 분류 기준이 정렬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무엇을 ‘우선순위 소재’로 볼 것인지에 대한 공통 정의가 흔들리면, 60%라는 숫자는 측정할 수 없는 숫자가 된다. 기준을 유예했다는 사실 자체는 후퇴로 읽힐 수 있지만, 측정 불가능한 상태에서 숫자만 유지하는 것보다는 정직한 처리다. 조달 기준을 만들려는 조직이 미리 알아 둘 만한 함정이기도 하다 — 비율 목표는 분류 체계가 먼저 안정된 뒤에야 작동한다.

노동조건 조항(MS 10~12)도 조달의 연장선에 있다. 국제 지침에 따른 행동규범(CoC)을 두고 자가진단·제3자 심사·역량 교육 등으로 공급업체가 그 규범을 지킬 수 있게 지원할 것, 그리고 “우리의 구매 관행이 피해에 기여하지 않도록 통제 조치를 이행할 것”(MS 11)까지 요구한다. 마지막 조항이 특히 드물다. 공급망 문제를 공급업체의 잘못으로만 다루지 않고, 발주자의 촉박한 납기·단가 압박 자체를 관리 대상으로 명시했기 때문이다.

자원순환 — 재고를 태우지 않을 것, 그리고 무대의 두 번째 삶

자원순환

자원순환(그린박스 03)에서 이 행사의 조항은 두 층위로 나뉜다. 참가 브랜드의 제품 층위와, 행사 당일의 무대 층위다.

제품 층위에서 가장 강한 조항은 MS 3이다. “이전 컬렉션의 팔리지 않은 옷과 샘플을 폐기하지 않으며, 남은 물량을 처리할 절차를 갖추고 있다.” 패션 산업에서 재고 소각·폐기는 브랜드 가치를 지키기 위한 관행으로 오래 통용됐다. 그것을 참가 자격 조항으로 금지한 것이다. MS 5는 회수 프로그램·리셀·리유즈·데드스톡 활용·재활용 가능성 고려 등으로 순환성을 운영에 넣을 것을 요구하고, MS 4는 제품의 품질과 수명에 관한 기준을 두고 그 가치를 소비자에게 알릴 것을 요구한다. 오래 쓰이는 물건을 만드는 것이 곧 폐기물 감축이라는, 순환경제의 가장 앞단을 조항으로 붙잡고 있다.

무대 층위는 행사 운영자에게 더 직접적이다. MS 16은 “쇼와 백스테이지 제작에 일회용 소품을 만들거나 쓰지 않고, 렌털을 우선하며, 렌털이 아닌 모든 소품에는 장기적인 두 번째 쓰임새를 찾아 둔다”고 규정한다. MS 17은 “쇼 제작에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재를 쓰지 않으며 폐기물은 덴마크 폐기물 분리 기준에 따라 분류한다”고 규정한다.

이 두 조항의 문장을 뜯어볼 필요가 있다. ‘친환경 무대를 지향한다’가 아니라 ‘일회용 소품을 만들지 않는다 → 렌털을 우선한다 → 렌털이 아닌 것은 다음 쓰임새를 미리 정해 둔다’로 행동의 순서를 지정했다. 그리고 폐기물 처리는 자체 기준을 새로 만드는 대신 개최지의 공공 분리배출 기준에 그대로 연결했다. 행사가 도시의 기존 체계에 접속하면, 기준을 지켰는지 확인하는 일도 도시의 체계로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무대 세트는 행사가 끝나면 거의 전량이 폐기물이 되는 대표적 품목인데, 이를 ‘설치 전에 퇴장 경로를 정해 두는 문제’로 재정의한 점이 핵심이다.

탄소·기후 — 감축 활동 참여를 조항에 넣다

탄소·기후

탄소·기후(그린박스 07)에서 행사 주최자가 마주하는 난점은, 배출의 대부분이 자신이 직접 통제하지 못하는 곳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참가자와 관람객의 이동, 참가사의 생산 활동, 협력사의 물류. 주최자가 자기 사무실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바꾸는 것만으로는 숫자가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MS 18은 이 문제를 참가 조건으로 끌어왔다. “우리는 코펜하겐 패션위크의 기후 활동을 통해 배출 감축/인세팅 활동을 지원한다.” 상쇄(오프셋)가 아니라 인세팅(insetting), 즉 자기 가치사슬 안에서의 감축을 명시한 점이 눈에 띈다. 가치사슬 밖의 크레딧을 사서 장부를 맞추는 방식이 국제적으로 계속 신뢰를 잃어 온 흐름을 반영한 표현이다.

이 조항의 의의는 금액이나 감축량보다 구조에 있다. 행사 주최자가 참가자 각자에게 “알아서 탄소를 줄이라”고 요구하는 대신, 주최자가 운영하는 공동의 기후 활동에 참여하도록 묶었다. 개별 브랜드가 각자 소규모 상쇄를 사는 것보다 한 곳에 모아 집행하는 편이 관리·검증 비용이 낮고, 무엇보다 그 활동의 내용을 주최자가 설명할 수 있게 된다. 규모가 작은 참가자가 다수인 행사에서 기후 조항을 실질화하려 할 때 참고할 만한 설계다.

마지막 조항(MS 19)이 ‘덴마크 패션 윤리헌장 서명 및 준수’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모델의 근로 조건과 신체 이미지 등 그 산업에 고유한 사회적 쟁점을, 새로 쓰지 않고 이미 존재하는 국가 단위 규범에 연결했다. 기준을 처음부터 다 쓰려 하지 않고 이미 합의된 규범에 접속하는 방식은, 기준의 신뢰도와 개정 부담을 동시에 해결한다.

한계 — ‘인증’이 아니라 ‘심사 도구’다

지속가능성 전략

우수사례를 볼 때 가장 위험한 독법은 성공만 보는 것이다. 이 체계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고, 그 한계 역시 배울 거리다.

첫째, 검증의 성격이다. 지원 브랜드는 람볼이 주관하는 외부 심사위원회의 검토를 받지만, 주최 측 스스로 이 절차가 제출된 정보를 “감사(audit)하는 것이 아니라 확인(validate)하도록 설계됐다”고 밝히고 있다. 서류의 정합성을 보는 것이지 현장을 파고들어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아니다. 상당 부분이 자기보고에 의존하는 구조라는 뜻이다.

둘째, 그 결과 실제 분쟁이 있었다. 포브스 보도(2025-08-18)에 따르면 코펜하겐 패션위크는 자문사 컨티뉴얼과 소비자단체 포브루거로데트 텡크의 문제 제기 이후 덴마크 소비자 옴부즈만의 조사 대상이 됐고, 일부 참가 브랜드는 폴리에스터 사용 축소 목표에 미치지 못했다거나 친환경 메시지가 더 명확했어야 했다고 스스로 인정했다. 그린워싱 대응 전문가 타냐 고트하르센은 이 체계가 생산량 문제를 다루지 않고 복잡한 인권 쟁점을 담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최고경영자 세실리에 토르스마르크는 19개 기준이 인증이 아니라 ‘심사 도구(screening tools)’로 기능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셋째, 산업 구조의 한계다. 같은 보도는 가니와 세실리에 반센 같은 대표 브랜드가 파리로 옮겨 갔고, 일부 브랜드는 폐업했다고 전한다. 규모가 커진 브랜드를 붙들지 못하는 현실은, 엄격한 기준이 곧 참가자 이탈 압력이 될 수 있다는 오래된 딜레마를 그대로 보여 준다.

그럼에도 이 사례를 우수사례로 다루는 이유는 분명하다. ‘심사 도구일 뿐’이라는 비판은 뒤집으면 심사 도구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뜻이다. 기준이 없는 행사에서는 그린워싱 논쟁조차 성립하지 않는다. 무엇을 지키기로 했는지가 문서로 남아 있어야 지키지 못했을 때 그것을 지적할 수 있고, 그 지적이 다음 시즌의 개정으로 이어진다. 기준을 공개하고, 외부 심사를 붙이고, 못 지킨 조항은 유예했다고 밝히는 이 순환이 이 사례의 실질이다.

확산 — 다른 도시가 같은 문장을 쓰기 시작했다

구매·조달지속가능성 전략

한 행사의 기준이 얼마나 좋은지를 재는 가장 현실적인 잣대는, 다른 행사가 그것을 베껴 쓰는지 여부다.

베를린 패션위크는 2024년 6월 코펜하겐의 지속가능성 요구 체계를 도입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단계적 온보딩과 시범 적용을 거쳐 2026년 2월부터 전면 시행하는 일정이었고, 공식 쇼 스케줄의 약 35개 브랜드가 최소기준의 적용을 받는다. 베를린 상원 경제부는 2025년까지 18만 유로를 지원했다. 독일은 여기에 다양성·형평·포용(DEIB) 관련 항목과 자국 공급망 법제에 맞춘 가치사슬 투명성 요소를 덧붙였다. 코펜하겐의 세실리에 토르스마르크는 최소기준이 “세 시즌째 코펜하겐 쇼 브랜드의 필수 참가 요건으로 작동해 온” 점을 들며 업계 정렬이 진전됐다고 밝혔다.

영국에서도 같은 흐름이 보고된다. 폴리모다의 정리에 따르면 영국패션협의회(BFC)가 코펜하겐의 요구 체계를 받아들여 런던 패션위크의 신인 육성 프로그램 뉴젠(NEWGEN)부터 최소기준을 적용하고 2026년까지 전면 시행하는 경로를 밟고 있다.

여기서 그린이벤트 실무자가 가져갈 결론은 패션에 국한되지 않는다. 참가자·입점사·협력사가 다수인 행사 — 전시회, 박람회, 축제의 부스와 푸드존, 스포츠 이벤트의 스폰서 활성화 부스 — 는 모두 같은 구조를 갖는다. 주최자가 직접 사고 만들지 않지만, 행사의 환경 성과 대부분은 그들이 사고 만든 것에서 결정된다. 코펜하겐이 보여 준 답은 단순하다. 요구할 것을 조항으로 쓰고, 지켜야 참가할 수 있게 하고, 그 확인을 주최자가 아닌 제3자에게 맡기고, 지키지 못한 조항은 숨기지 말고 유예했다고 공개하는 것. 그리고 그 조항의 문장은 ‘지향한다’가 아니라 ‘하지 않는다’와 ‘갖추고 있다’로 쓸 것.

SOURCES

근거·출처

아래 링크는 새 창에서 열립니다. 수치·사실은 각 출처를 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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