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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정상회의 (다자 외교 MICE 이벤트) · 대한민국 경상북도 경주시 (화백컨벤션센터·HICO)

2025 APEC 정상회의 (경주)

APEC Economic Leaders' Meeting 2025, Gyeongju

정상회의는 '보안과 의전'이 모든 것을 압도하는 행사여서 지속가능성이 밀리기 쉽다. 2025 경주 APEC은 그 틈에서 조달을 지렛대로 삼았다 — 그해 봄 경북을 태운 산불의 피해목이 정상들이 앉는 의자가 되었고, 회의가 끝나자 그 의자는 각국으로 흩어졌다.

쌓여 있는 원목 더미 — 재난 피해목을 자원으로 되살린 조달을 환기하는 대표 이미지

이미지는 행사 분위기를 전달하기 위한 무료 라이선스 자료 이미지(Unsplash)이며, 실제 행사 사진이 아닙니다.

GREENBOXES

이 사례가 실천한 그린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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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LIGHTS

핵심 성과

17종 142점

경북 산불 피해목 298.8㎥(안동·영양·의성)를 합판으로 가공해 만든 회의장 가구. 정상 집무실·귀빈 대기실·양자회담장에 배치, 정상들이 사용한 '마루온 체어'는 회의 후 각국 기부 계획 (기업 발표)

수소버스 20 + 3대

APEC CEO 서밋 참가자용 수소 셔틀버스 20대(부산·포항·경주 순환, SK이노베이션 지원) · 의전차량 192대 중 수소전기버스 유니버스 FCEV 3대(현대차그룹)

페이퍼리스 · 38억 원

회의 운영은 페이퍼리스 원칙·일회용품 최소화 · 개최도시 경주시는 38억 원(약 270만 달러)을 친환경 기술 도입에 투자해 EV 충전 인프라·도시 녹지 확충

2025년 10월 31일~11월 1일 경주 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는 '지속가능한 내일의 구축: 연결·혁신·번영(Building a Sustainable Tomorrow)'을 주제로 내걸었다. 주목할 점은 선언문의 문구가 아니라 회의장 안의 물건들이다. 2025년 3월 경북 안동·영양·의성 일대를 휩쓴 대형 산불의 피해목 298.8㎥가 동화기업의 합판으로 가공되고, 사무가구 기업 코아스가 이를 17종 142점의 가구로 만들어 정상 집무실·귀빈 대기실·양자회담장에 배치했다(기업 발표). 정상들이 앉은 '마루온(MARUON) 체어'는 회의 후 각국에 기부하는 것으로 계획됐고, 기념품 역시 같은 피해목 목재로 제작됐다. 회의 운영은 페이퍼리스를 원칙으로 삼고 일회용품 사용을 최소화했으며, 이동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제공한 의전차량 192대에 수소전기버스 유니버스 FCEV 3대가 포함됐고,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열린 APEC CEO 서밋에는 SK이노베이션이 부산·포항·경주를 잇는 수소 셔틀버스 20대를 운행했다. 개최도시 경주시는 38억 원(약 270만 달러)을 친환경 기술 도입에 투입해 전기차 충전 인프라와 도시 녹지를 늘렸다. 국내 기획자에게 이 사례가 주는 교훈은 명확하다 — 의전과 보안을 건드리지 않고도, '무엇을 사서 어디에 놓는가'만으로 행사의 서사를 바꿀 수 있다.

전략 — 의전이 지배하는 행사에서 지속가능성이 설 자리

지속가능성 전략

지속가능성 전략(그린박스 00)의 관점에서 국제 정상회의는 가장 까다로운 종목이다. 관중 동원형 축제와 달리 참가자는 수천 명 규모로 적지만, 의사결정의 우선순위가 압도적으로 보안·의전·외교 일정에 쏠린다. "일회용을 줄이자"는 제안이 경호 동선이나 국가 의전과 충돌하는 순간, 대개 지속가능성이 먼저 접힌다. 게다가 회의는 이틀이면 끝나고 조직은 해산한다 — 장기 목표를 세울 주체 자체가 사라지는 구조다.

2025년 10월 31일~11월 1일 경주 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는 이 제약을 정면으로 인정한 채, 건드릴 수 있는 영역부터 골라 손을 댔다. 회의 주제 자체가 '지속가능한 내일의 구축: 연결·혁신·번영(Building a Sustainable Tomorrow: Connect, Innovate, Prosper)'이었고, 정상들이 채택한 경주 선언은 식량 손실·폐기 저감과 농식품 체계의 회복력 같은 의제를 담았다. 그러나 회의의 '내용'이 지속가능성을 말하는 것과, 회의의 '운영'이 그것을 실천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이 사례가 흥미로운 이유는 두 번째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의전 절차를 바꾸는 대신, 의전에 쓰이는 **물건의 출처**를 바꿨다. 국내 행사 기획자가 배울 만한 전략적 판단이 여기에 있다 — 운영 절차를 흔들 권한이 없을 때는, 조달 목록을 지렛대로 삼는 것이 가장 저항이 적으면서 눈에 보이는 경로다.

조달·자원순환 — 산불이 남긴 나무가 정상들의 의자가 되기까지

구매·조달자원순환

2025년 3월,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은 안동·영양 등지로 번지며 국내 최악급 산림 피해를 남겼다. 통상 이런 피해목은 벌채 후 대부분 저부가가치 용도로 처리되거나 방치된다. 경주 APEC은 그 나무를 회의장 안으로 들여왔다.

구체적인 경로는 이렇다. 안동·영양·의성 일대의 산불 피해목 298.8㎥를 동화기업이 합판으로 가공하고, 사무가구 기업 코아스가 이를 소재로 17종 142점의 가구를 제작해 협찬했다(기업 발표). 이 가구는 정상 집무실, 귀빈 대기실, 양자 정상회담장 등 회의의 가장 상징적인 공간에 배치됐고, 각국 정상이 앉은 의자에는 '마루온(MARUON) 체어'라는 이름이 붙었다. 기념품 또한 같은 산불 피해목을 재활용한 목재로 제작됐다. 협찬사 대표는 "숲의 상처를 의미 없이 지우는 것이 아니라 자원으로 되살린다"는 취지를 밝혔다.

구매·조달(그린박스 02)과 자원순환(그린박스 03)의 교차점에서 이 선택이 특별한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폐기물을 줄인 것이 아니라 폐기물이 될 것을 상류에서 가로챘다.** 행사장에서 분리배출을 잘하는 것보다, 애초에 무엇을 사올지 결정하는 단계에서 자원의 흐름을 바꾸는 편이 효과가 크다. 둘째, **지역성과 시의성이 결합했다.** 개최지 경상북도가 그해 봄 겪은 재난의 잔해가 그 지역에서 열리는 국제회의의 가구가 되었다는 서사는, 어떤 홍보 문구보다 강하게 '왜 이 도시인가'를 설명한다. 셋째, **행사 이후를 미리 설계했다.** 정상들이 사용한 의자를 각국에 기부하는 계획이 처음부터 포함돼 있었다는 점이 핵심이다.

회의 이후를 설계한다 — 이틀짜리 행사의 물건들이 갈 곳

자원순환지속가능성 전략

대형 행사의 자원순환에서 가장 취약한 지점은 종료 직후다. 무대·부스·가구·집기가 며칠 만에 철거되면서, 멀쩡한 물건이 대량으로 폐기물이 된다. 이틀간의 정상회의는 그 압축판이다 — 사용 시간은 극도로 짧은데 투입되는 집기의 품질은 최고급이다. 사용 시간 대비 자원 낭비율로 보면 최악의 조건인 셈이다.

경주 APEC은 이 지점을 처음부터 계산에 넣었다. 가구는 회의 후 폐기되거나 창고에서 잠드는 대신 각국 정상에게 기부되는 경로를 갖고 있었고, 페이퍼리스 운영과 일회용품 최소화로 회의 자체에서 나오는 소모품 폐기물도 줄였다. 개최 시설인 HICO는 회의를 계기로 확충된 인프라를 발판 삼아 MICE 허브를 지향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국내 기획자에게 이 대목이 주는 실무적 질문은 단순하다. **"이 물건은 행사가 끝나면 어디로 가는가?"** 이 질문을 조달 단계에서 던지면 선택지가 달라진다. 임대할 것인가 구매할 것인가, 다음 행사에서 재사용할 규격으로 맞출 것인가, 기증처를 미리 확보할 것인가. 반대로 이 질문을 철거 당일에 처음 던지면, 남는 선택지는 대개 폐기뿐이다. 순환은 뒤에서 수습하는 기술이 아니라 앞에서 설계하는 계획이라는 점을, 이틀짜리 회의가 오히려 선명하게 보여 준다.

교통 — 소수 이동에 최고급 차량이 붙는 행사의 셈법

교통·이동

교통·이동(그린박스 05)에서 정상회의는 특이한 구조를 갖는다. 참가자 수는 적지만 1인당 배출은 대단히 높다. 각국 대표단마다 전용 의전차량이 배정되고, 경호 차량이 함께 움직이며, 공항과 회의장, 숙소를 반복 왕복한다. 이동 총량은 작아도 차량 단위 배출은 커지는 셈이다.

경주 APEC의 접근은 이 고배출 구간에 무공해차를 직접 밀어 넣는 것이었다. 현대차그룹이 제공한 의전차량 192대에는 수소전기버스 유니버스 FCEV 3대와 모바일 오피스 버스 2대가 포함됐고, 앞서 8월 에너지장관회의에서는 친환경차 63대가 운영되며 수소 의전차가 처음 투입됐다.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열린 APEC CEO 서밋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참가자들이 머무는 부산·포항·경주 권역과 행사장을 잇는 수소 셔틀버스 20대를 지원했다.

주목할 것은 대수가 아니라 배치 위치다. 셔틀은 참가자 이동에서 가장 인원 밀도가 높은 구간이다. 여기에 무공해 대형버스를 넣으면 승용 의전차량 몇 대를 바꾸는 것보다 배출 저감 효과가 크고, 동시에 "우리는 이런 이동을 표준으로 본다"는 신호를 참가자 전원에게 보낸다. 국내 행사에서도 VIP 차량을 친환경차로 바꾸는 상징적 조치보다, **가장 많은 사람이 타는 셔틀 노선을 먼저 저탄소로 전환하는 편**이 실질과 메시지를 동시에 잡는다.

개최도시 — 회의는 끝나도 도시에 남는 것

행사 장소지속가능성 전략

행사 장소(그린박스 01)의 관점에서 국제행사는 도시 인프라를 앞당기는 계기로 쓰일 때 가장 값지다. 경주시는 APEC을 계기로 38억 원(약 270만 달러)을 친환경 기술 도입에 투입해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확충하고, 대기·수질 관리와 도시공원 등 녹지를 늘렸다. 경북 지역을 지나는 1,000km 규모의 수소 배관망 사업도 함께 추진되고 있다.

여기서 구분해야 할 것이 있다. 대형 국제행사가 남기는 인프라는 자칫 '행사용 과잉 시설'이 되기 쉽다. 반면 EV 충전기, 녹지, 대기·수질 관리처럼 **행사가 없어도 시민이 매일 쓰는 설비**에 투자하면, 회의가 끝난 뒤에도 그 효용이 계속된다. 개최도시가 이벤트 예산을 어디에 쓰느냐가 곧 레거시의 성패를 가른다.

한편 도시 규모 대비 대규모 국제회의를 치를 때는 임시 시설과 교통 통제로 인한 지역 부담도 함께 발생한다. 이런 사례를 참고할 때는 성과 항목만이 아니라, 개최지가 감수한 비용과 그것을 상쇄한 방식까지 함께 보는 것이 균형 잡힌 독법이다.

국내 기획자를 위한 정리 — 조달 한 줄이 서사를 만든다

구매·조달자원순환지속가능성 전략

이 사례에서 규모와 무관하게 옮겨 쓸 수 있는 실무 원칙은 세 가지다.

첫째, **바꿀 수 없는 것 옆에서 바꿀 수 있는 것을 찾는다.** 의전·보안·프로그램처럼 손대기 어려운 영역이 있다면, 조달 목록·집기·인쇄물처럼 재량이 남아 있는 영역에서 성과를 만든다. 회의 절차를 하나도 바꾸지 않고도 회의장 가구 전체의 출처를 바꿀 수 있었다는 점이 이 사례의 핵심이다.

둘째, **지역의 문제에서 소재를 찾는다.** 재난 피해목, 지역 폐자원, 유휴 시설처럼 개최지가 실제로 안고 있는 문제를 행사 자재로 끌어오면, 환경 성과와 지역 연계와 스토리텔링이 한 번에 해결된다. 일반적인 친환경 자재를 사오는 것과 그 지역의 상처를 자원으로 되살리는 것은 비용이 비슷해도 전달력이 다르다.

셋째, **'행사 후 행선지'를 사양서에 적는다.** 집기·가구·전시물을 조달할 때 기증처, 재사용 계획, 반납 조건을 계약 단계에서 명시하면 철거는 폐기 작업이 아니라 이관 작업이 된다. 짧을수록 좋은 행사가 있는가 하면, 짧을수록 낭비가 커지는 행사도 있다 — 이틀짜리 회의가 그 사실을 가장 정직하게 보여 준다.

SOURCES

근거·출처

아래 링크는 새 창에서 열립니다. 수치·사실은 각 출처를 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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